2일 발표된 거래소 및 코스닥 등록 IT기업(12월 결산법인)들의 지난해 경영 실적은 IT업계에 불어닥친 불황의 여파를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특히 IT산업의 성장 엔진인 반도체 업계의 실적이 크게 악화된 것을 비롯해 컴퓨터·반도체장비·시스템통합·소프트웨어 등 거의 전 IT분야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다만 초고속 통신과 이동통신 서비스 가입자의 급증 추세를 반영, SK텔레콤·하나로통신·KTF 등 통신 사업자들의 매출이 일제히 상승세를 타 적자 전환하거나 매출이 소폭 상승에 그친 다른 IT업종과는 분명한 대조를 이뤘다.
산업별로 상장 및 등록 IT업계의 지난해 경영 실적을 살펴본다. 편집자
◇반도체=지난 2000년에 비해 실적이 악화됐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지난해 세계 경기침체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아 매출과 이익이 모두 감소했다. 반도체업체들의 실적 악화는 D램의 국제현물 가격 하락이 요인이었다. 128MD램의 경우 한때 1달러 선에서 맴돌며 제조원가에도 못미치는 상황까지 치닫기도 했다. 연말들어 D램가격이 다소 상승했으나 지난해 전체적으로 반도체 가격의 하락은 반도체업체들에 치명타였다.
삼성전자의 매출은 32조3803억7500만원으로 지난 2000년 대비 5.55% 감소했다. 순이익 역시 51.00%나 감소한 2조9469억3500만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사상 최고의 당기순이익(6조145억원)을 올리며 거래소 전체 순이익 8조6987억원의 69%를 차지한 것과 비교해 크게 부실한 실적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정보통신 부문 매출이 호조를 보인 것을 감안하면 순수 반도체 매출의 감소폭은 더욱 크다.
마이크론과의 합병 협상이 진행중인 하이닉스반도체 역시 3조9834억6100만원으로 지난해 8조9024억원에 비해 55.25%의 감소율을 보였다. 순손실 규모 역시 5조735억9100만원을 기록, 지난해 순손실 2조4868억원의 2배 이상으로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반도체 업종의 실적 부진은 반도체를 제외한 전기·전자업종의 실적 악화로 번져 지난 2000년 40조3741억원이었던 매출이 지난해 38조711억원으로 5.7% 하락하는 결과를 빚었다.
◇통신서비스=KT·SK텔레콤·LG텔레콤·KTF·하나로통신·드림라인·데이콤 등 주요 통신서비스 7개사의 지난해 매출은 26조80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3.3% 성장했으며 순이익은 2조5000억원으로 무려 200%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기업 실적 면에 있어서는 지난 2000년에 이어 또 한번 비약적인 신장세를 보여준 셈이다.
특히 이동통신업체들은 단말기 보조금 폐지로 마케팅 비용이 크게 감소하면서 이익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
SK텔레콤은 지난해 6조2271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 대비 8.1% 성장했으며 순이익은 1조1403억원으로 전년 대비 20.0% 증가했다. LG텔레콤도 14.7% 늘어난 1조8506억4100만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순이익은 1543억7300만원을 기록,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KTF는 이동통신업체 가운데 실적 개선이 가장 두드러졌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61.6% 증가한 2조7808억원을 기록했으며 순이익은 무려 273.4% 증가한 4330억2700만원이었다. KTF의 이같은 실적 증가에는 KT엠닷컴과의 합병도 일조했다.
유선통신업체들도 초고속인터넷이 활황세를 보이면서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KT는 초고속인터넷 부문이 손익분기점을 맞추면서 순이익이 전년 대비 7.63% 늘어난 1조1403억2200만원을 기록했다. 하나로통신과 드림라인은 적자를 지속했지만 전년에 비해 적자폭이 줄어들었다.
◇통신 및 반도체장비=지난해 통신장비업체들은 통신서비스업체의 설비투자 축소와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로 지난 2000년에 이어 실적 악화세가 지속됐다.
유선통신장비업체는 하나로통신의 초고속인터넷 설비투자 대폭 감소, 무선통신장비업체는 서비스업체가 3개로 줄어 중복투자가 상당부문 감소했고 2세대 설비투자가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점이 실적 악화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부품가격의 안정에도 불구하고 통신장비업체들의 수익성이 낮아진 것은 매출 감소에 따라 고정비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또한 그동안 많은 업체들이 시장에 진입해 업체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 KT가 저가입찰방식을 통한 계약형태를 고수함으로써 단가인하 압력이 커진 것도 수익성 악화의 요인으로 지적됐다.
지난해 반도체 장비업체들의 실적은 매출 부진, 수익성 악화로 요약된다.
반도체장비업체들은 작년 하반기부터 하이닉스의 투자 부진에 따른 재고 평가손실이 반영되면서 이익이 크게 감소했다. 하지만 신규 연구개발 비용은 지속적으로 투입돼야 하기 때문에 반도체장비업체들이 지난해 고전을 면치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성이엔지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6.41% 줄어든 865억8100만원을 기록했으며 순손실은 86억1000만원으로 적자를 지속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주성엔지니어링이 전년 대비 7.7% 줄어든 498억53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순손실 49억9500만원으로 순이익이 적자로 전환됐다.
◇컴퓨터=PC수요 침체에 따라 개별 컴퓨터 업체의 실적도 극도로 부진했다.
삼보컴퓨터는 2조6399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이는 전년에 비해 무려 34.18%나 줄어든 것이다. 영업이익과 경상이익도 각각 348억6400만원, 57억8600만원을 달성했지만 이 수치도 전년에 비해 36.81%, 68.52% 감소한 것이다.
현대멀티캡은 지난해 큰 폭의 매출 축소로 적자로 전환됐다. 이 회사의 2001년말 부채비율은 무려 1433.9%에 달해 최악의 자금상황에 놓여있음을 보여줬다. 현대멀티캡은 지난해 1556억원의 매출을 달성했지만 이는 전년에 비해 44.6%나 줄어든 것이다. 영업 및 경상이익 부문에서는 각각 292억5900만원과 347억9700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소프트웨어 및 시스템통합(SI)=SI 부문을 포함한 SW업종 대부분은 전년에 비해 큰 폭의 이익 감소를 보이거나 적자로 전환됐다. 미국 9·11테러를 계기로 4분기 IT경기가 극도로 냉각된 데다 공공·민간 부문의 SW투자가 위축되면서 전체적인 SW업종 실적악화로 이어졌다.
핸디소프트는 508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년에 비해 23.2% 늘어난 매출증대 성과를 얻었지만 순이익은 전년의 80억원에 비해 무려 72%나 감소한 22억5000만원을 올리는 데 그쳤다.
대표적 보안 종목인 한국정보공학도 195억350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데 그쳐 전년의 264억원에 비해 26%나 매출이 격감했다. 당기순이익도 전년의 61억6800만원보다 62.6%나 줄어든 23억원을 올리는 데 그쳤다.
이밖에 퓨쳐시스템, 피코소프트, 비트컴퓨터, 버추얼텍, 싸이버텍 등은 줄줄이 적자로 전환되는 최악의 실적을 거뒀다. 버추얼텍과 싸이버텍은 모두 전년에 비해 매출을 늘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순이익에서는 각각 79억원과 11억원의 적자를 냈다. 매출실적은 늘었지만 다수 업체간 출혈경쟁으로 인해 원가를 밑도는 SW 공급경쟁이 벌어진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퓨쳐시스템, 피코소프트, 비트컴퓨터는 각각 전년에 비해 26.1%, 11.3%, 17.6% 줄어든 매출을 올리는 데 그쳤으며 순이익에서는 한결같이 적자로 돌아섰다. 특히 피코소프트는 전년 6억3000만원의 흑자에서 2001년 무려 189억4000만원의 적자로 돌아서 최악의 적자폭 기록을 남겼다.
◇전자부품=정보기술(IT), 가전, 반도체 등의 경기침체로 관련 부품업체의 매출과 당기순이익 폭이 대폭 줄거나 적자를 보였다. 종합부품업체인 삼성전기는 매출이 3조1117억3200만원으로 전년 대비 26.42% 줄었고 당기순이익도 1108억40만원으로 67.71% 감소했다. 삼성SDI는 4조431억9700만원의 매출을 기록, 2.85% 줄었으나 당기순이익은 2.31% 늘었다. 한국전기초자도 매출이 2000년 대비 14.16% 감소했고 당기순이익은 1352억8800만원으로 21% 줄었다. PCB업체인 코리아써키트는 전년 대비 19.24% 줄어든 2043억41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증권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