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로 맑음.’
한국 영화가 올 영화시장에서 비교적 순조로운 흥행성적을 유지하면서 1분기를 마감했다. 올 1분기에는 총 15편의 국산 영화가 새롭게 개봉돼 지난해 같은 기간과 같은 편수를 기록했으나 관객수 면에서는 ‘공공의 적’ ‘2009 로스트 메모리즈’ 등 국산 대작의 흥행에 힘입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가량 많은 관객을 동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난해 1편당 400만∼500만명에 육박했던 대작의 히트기록이 200만∼300만명선에 그쳐 상대적인 저조함을 나타냈으며 특히 3월 들어 오션스일레븐, 뷰티풀마인드 등 외산 영화에 선두권을 내주는 등 기대 이하의 성적을 보여 한국영화의 ‘약발’이 떨어진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한국영화 흥행은 계속됐다=올 1분기 한국영화는 350만여명의 관객(서울 기준)을 동원한 것으로 확인된다. 아직 3월 통계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영화진흥위원회가 올 2월까지 집계한 한국영화 관객수가 275만여명과 3월 개봉된 영화(피도 눈물도 없이, 버스 정류장, 정글쥬스, 생활의 발견, 스물넷, 복수는 나의 것)의 박스오피스 통계 62만여명과 1, 2월 개봉된 영화의 잔여 관객수 등을 감안할 경우 이 같은 수치가 가능하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한국영화가 유치한 관객수 183만명의 2배에 가까운 것으로 한국영화의 바람이 여전히 거세게 불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영화의 전체 시장 점유율도 지난해 1분기 26.9%에 비해 크게 높아진 36∼37%선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지난 한해 한국영화 점유율 46.1%에 비해서는 주춤해진 것이지만 이에 대해 오히려 지난해 한국영화에 대한 이상열기가 가시고 안정적인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최대 히트작은 공공의 적=특히 올 1분기를 통틀어 흥행 1, 2위를 기록한 영화가 ‘공공의 적’ ‘2009 로스트 메모리스’로 한국영화가 차지했으며 이들 2개 영화가 동원한 관객수는 서울 195만명, 전국 510만명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강우석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은 ‘공공의 적’은 올 1분기 최대의 히트작. 30여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한 공공의 적은 서울 114만명, 전국 298만명의 관객수를 기록하며 국산 영화의 저력을 보였다. ‘2009 로스트 메모리즈’는 서울 89만명, 전국 226만명으로 2위를 기록했지만 8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점을 감안하면 손익분기점 250만명에는 못미치는 것이다. 한국영화 가운데 예상을 깬 두 작품이 ‘나쁜 남자’와 ‘피도 눈물도 없이’.
나쁜 남자는 악어 등 김기덕 감독의 기존 영화 흥행수준을 감안할 때 마니아층 정도만을 겨냥할 것으로 내다봤으나 서울 29만명, 전국 70만명을 기록하는 이변을 낳았다. 8억원의 제작비와 비교하면 더욱 돋보이는 실적이다. 이에 반해 3월의 기대주였던 류승완 감독의 ‘피도 눈물도 없이’는 제작비 23억원을 들이고도 전국 60만명을 채우지도 못하는 등 예상밖의 부진을 보였다. 1, 2월 ‘공공의 적’과 ‘2009 로스트 메모리스’에 이어 3월 흥행을 책임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오션스 일레븐’ ‘뷰티풀 마인’드 등 외산 대작영화의 공세까지 겹쳐 맥없이 물러섰다.
◇2분기 기상도=2분기 기대주로 떠오르고 있는 한국영화는 ‘정글쥬스’와 ‘복수는 나의 것’. 3월 22일 개봉된 ‘정글쥬스’가 개봉 열흘만에 서울 20만명, 전국 54만명의 관객을 동원했으며 29일 개봉된 ‘복수는 나의 것’도 개봉 사흘만에 서울 5만6000명, 전국 11만명의 흥행성적을 기록해 3월의 한국영화 부진을 털어내는 구원투수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물론 워너브라더스의 ‘타임머신’이 3월 29일 개봉돼 단숨에 3월말 박스오피스 선두를 차지하긴 했지만 ‘복수는 나의 것’과 ‘정글쥬스’가 근소한 차이로 2, 3위를 이어가고 있어 4월 한달동안의 선전이 기대된다. 2분기 중 개봉되는 ‘집으로…’ ‘서프라이즈’ ‘재밌는 영화’ 등도 대작들은 아니지만 젊은 층을 겨냥하면서 개성있는 작품과 독특한 소재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어 이름값은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5월 말부터 개최되는 2002 월드컵이라는 중요한 흥행변수로 인해 국산이든 외산이든 2분기 중 영화관을 찾는 관람객이 줄어드는 것은 감수해야 할 판이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