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형(인터파크 대표 leekhy@interpark.com)
사업이란 것을 개인사로 단순하게 환원하면 재산을 만드는 것이다. 인터넷기업이 이름만으로도 각광받던 몇 년 전 들었던 얘기를 요즘 들어 자주 되새겨본다. ‘재산을 일으키는 것(발재)도 선택받은 사람에게 가능한 것이다. 그 중에서도 재산을 잘 쌓아나가는(축재) 사람은 소수다. 그리고 정말 어려운 것은 재산을 잘 다스리는 것(치재)이다. 마지막으로 재산을 잘 쓰는 것(용재)이 궁극적으로 걸어가야 할 길’이라는 얘기였다.
지금 우리나라 벤처기업은 어디쯤 와 있을까. 회사별로 천차만별이라 뭐라 정확히 얘기하긴 힘들지만 대부분의 기업이 발재의 단계에 있을 것이고 몇몇 익숙한 이름을 가진 기업들은 축재의 단계에 있을 법하다.
그런데 요즘 기업의 발전양태를 보면 발재, 축재, 치재가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것 같지 않다. 벤처기업들은 초기에 어느 정도 성공을 했다고 자타가 공인할 때부터 치재가 시작돼야 함을, 소수지만 자꾸 불거지는 사건과 사고를 보면서 확연히 느낀다.
또 대부분의 벤처기업이 아직 축재도 못하고 있으면서 돈을 쓰는 방식과 방향은 이미 축재를 한 기성사업가들을 닮아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단계 뛰어넘기’를 하다 실족하는 기업이 자주 눈에 띈다.
지난 주말 6년간 정들었던 테헤란밸리를 떠나 을지로로 사옥을 이전했다. 4대문 안으로 기업을 옮기고 주변을 돌아보니 정말 쟁쟁한 한국의 기업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주눅이 들기보다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기업을 일궈보는 일이 시작됐다는 느낌이 들었고 오히려 힘이 솟았다. 사무실을 옮길 때마다 의식처럼 치르는 ‘고사’를 지내며 이제 제법 대가족이 된 직원들과 자축을 하니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힘겹게 일궈온 지난날들이 떠올랐다.
사업 초기에는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투자자들을 설득하는 일부터 인력관리 등 어려운 점이 많았지만 생존을 위한 의지와 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버티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은 사업이 본궤도에 올라섰지만 이젠 제대로 관리하고 키워야 하는 큰 숙제가 남아있다. 그 길을 한때 용기와 신념을 가지고 벤처에 뛰어들었던 많은 기업의 선후배들과 서로 격려하면서 같이 걸어가고 싶다. 용재의 미학을 한껏 느끼고 누릴 수 있는 그날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