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롬·알루미륨 합금 배선재료 구리로 대체 차세대 LCD 기술 개발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를 구성하는 핵심물질 중 하나인 배선재료를 기존 크롬이나 알루미늄합금대신 구리를 사용, 휘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신개념 TFT LCD 기술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LG필립스LCD(대표 구본준)는 지난 98년 일본 현지합작 연구법인 ‘프론텍(FRONTEC)’을 중심으로 구리를 사용한 TFT LCD 개발에 착수한 지 4년만인 최근 제품 적용 테스트를 마치고 이르면 다음달중 이 기술을 적용한 신제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3일 밝혔다.

 TFT LCD의 전기신호를 전달하는 배선재료로 구리를 사용하면 전기저항이 크게 줄어들어 전기신호의 왜곡을 크게 감소시킴으로써 TFT LCD의 기술적 한계로 여겨졌던 휘도 등 화질특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크롬과 알루미늄합금의 전기저항은 각각 25mΩ㎝와 5.2mΩ㎝이지만 구리는 2.1mΩ㎝에 불과하다.

 구리는 또 알루미늄합금보다 전기전도성이 훨씬 높아 배선의 굵기를 더 가늘게 만들어도 신호전달의 왜곡이 거의 없이 안정적인 전기신호를 보낼 수 있다. 때문에 빛의 투과율을 높이고 화면 떨림현상을 최소화할 수 있어 TFT LCD의 성능을 한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꿈의 재료’로 평가돼 왔다.

 일본·대만·한국 등 세계 LCD업체들은 이에 따라 90년대 말부터 TFT LCD 배선재료로 구리를 적용하는 연구개발에 경쟁적으로 나섰으나 구리의 최대 단점인 내약 및 내습성 문제로 아직까지 어떤 업체도 기술개발에 성공하지 못했다.

 LG필립스측은 이에 따라 현재 50여건의 특허를 확보하는 한편, 구리배선을 적용해 평균 35%의 밝기(휘도)가 증대되고 30∼40% 정도 화면떨림 현상이 감소된 노트북용 및 모니터용 LCD를 조만간 양산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국배판(218×303㎜)형 5만분의 1 서울지도책의 한 구(區)를 판형크기 그대로 모니터에 띄웠을 때 기존 LCD 모니터에서는 볼 수 없었던 깨알같이 작은 글씨까지 선명하게 구현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고정세 LCD 패널도 곧 출시, 세계 TFT LCD 시장을 선도한다는 전략이다.

 LG필립스LCD 강인관 연구소장은 “크롬-알루미늄합금으로 이어져 온 TFT LCD 배선재료 기술이 구리를 통해 큰 혁명적 변화가 예상된다”며 “성공적인 구리배선기술 개발을 바탕으로 장차 대형화·고화질·고휘도용 제품 개발에 집중, 대형 TFT LCD의 모든 분야에서 확고한 1위를 지켜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LG필립스LCD의 이번 구리 배선재료를 이용한 TFT LCD 개발은 무엇보다 이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생산능력이나 시장점유율 등 외형적인 면에 이어 기술적으로도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음을 증명한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배선재료’란=TFT LCD를 제조할 때 모든 전기신호를 전달하는 핵심요소. 지금까지는 알루미늄합금이 최상의 물질로 인정받아 주로 사용됐으나 알루미늄은 전기저항이 높은 한계로 배선 자체의 두께와 너비를 크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통과되는 백라이트 빛의 양이 줄어들어 휘도가 떨어지는 문제를 갖고 있다. 그러나 구리는 전도성이 좋고 전기저항이 작아 휘도를 대폭 개선할 수 있으며 알루미늄합금의 전도성 보완을 위해 첨가되는 물질이나 특수IC 등 부품들을 제거할 수 있어 제조공정과 원가를 줄일 수 있는 강점이 있다. 구리는 특히 현재 사용중인 배선재료와는 달리 환경친화적인 재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