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바 야콥슨박사 초청 특별좌담회>주제-CBD, 소프트웨어 개발의 미래

 소프트웨어 개발방법론의 일종인 컴포넌트기반개발(CBD:Component Based Development)이 국내 소프트웨어산업계의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정부(정보통신부)가 대형 공공기관의 정보화 프로젝트를 CBD 방식으로 진행토록 적극 권장하는 등 CBD 확산에 팔을 걷고 나서 주목된다.

 CBD는 건축용 블록으로 집을 만드는 것처럼 프로그램 논리(logic)를 독립적으로 구성(component)해 기본 컴퓨터 하드웨어 구조(아키텍처)와 설계도에 따라 프로그램을 짜맞추는 방식이다. 기존 프로그램을 재사용하고 다른 프로그램과의 호환성, 이식성이 우수하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개발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볼 수 있다.

 CBD 창시자이자 CBD 구현의 토대인 통합모델링언어(UML)를 개발한 이바 야콥슨 박사의 내한에 맞춰 ‘CBD를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발전의 지향점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인지’를 조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편집자

 ◇사회(이남용 숭실대 컴퓨터학부 교수)=야콥슨 박사는 컴포넌트 기술이 세계 소프트웨어 개발의 대세로 등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지난 10여년간 커탤러시스(catalysis), 실렉티브(selective), UML 등의 CBD 방법론들이 명멸했고 모두 성공적이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최근의 CBD 현황은 어떤가.

 ◇이바 야콥슨(래쇼날소프트웨어 부사장)=컴포넌트 개념은 지난 67년에 등장했지만 시장은 아직 초기단계라고 볼 수 있다. 수 년내에 기존 소프트웨어 자산의 재사용을 실현하기 위한 컴포넌트 표준이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기업들은 컴포넌트 관련 소프트웨어를 구입했을 때 무엇을 사용할 수 있는지를 예측하게 될 것이다. 특히 SAP와 같은 기업들이 보험·금융·통신·항공 등 다양한 산업적 요구들을 컴포넌트 방식으로 반영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장차 소프트웨어 개발작업의 80%를 컴포넌트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박준성 상무(삼성SDS CTO)=컴포넌트 기술이 웹서비스를 지향하는 추세다. 기업이 다른 기업의 정보자원을 도입해 자사 정보시스템에 적용하고자 할 때에는 사전협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웹서비스 환경에서는 간편하게 정보자원에 접근해 인풋, 아웃풋 작업이 간단해진다. 실제 씨티뱅크는 웹에 e지불(payment)체계를 올려놓아 다른 기업과의 거래(deal)를 구현하고 있다. 이같은 웹서비스를 구현하는데 CBD가 효율적이다. 우리 기업들도 CBD를 잘 활용하면 웹서비스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릴 것이다.

 ◇사회=컴포넌트 기술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정책방향은 무엇인가.

 ◇임차식 부이사관(정통부 소프트웨어진흥과장)=3년 전부터 CBD 인식확산 작업에 주력해왔다. 지난 99년 11월 한국소프트웨어컴포넌트컨소시엄(KCSC)을 결성했으며 116개 법인회원을 참여시킨 상태다. 또한 정부차원에서 컴포넌트기술개발, 응용소프트웨어 개발, 표준화활동, 완성품 유통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공공사이트 대형 프로젝트를 컴포넌트 방식으로 진행토록 권장하는 한편 정통부 정보화추진기금으로 진행하는 사업을 컴포넌트 방식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사회=업계의 전략은.

 ◇박준성=무엇보다 소프트웨어 자산을 축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컴포넌트기술이 소프트웨어 자산 재사용을 실현하기 위한 좋은 방안으로 쓰일 수 있다. 이를 위해 컴포넌트 관련 표준 아키텍처를 만들어내는 게 과제다. 삼성SDS도 150명의 연구인력을 동원해 컴포넌트 표준 아키텍처 구현에 나서고 있다.

 ◇이창희(전자신문 엔터프라이즈부 차장)=우리나라 소프트웨어산업 경쟁력은 저급한 수출실적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시장에 나온 국산 소프트웨어의 2%만이 해외시장에 수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프트웨어산업의 양적팽창보다는 질적제고가 필요하다.

 ◇사회=야콥슨 박사는 품질검증이 모든 소프트웨어 개발활동의 필수항목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이유는 무엇이고 경향은 어떤가.

 ◇이바 야콥슨=소프트웨어는 일반적으로 개발하는 과정에 버그가 발생한다. 개발 완료단계에서 진행하는 테스트에서도 모든 결함을 찾아낼 수 없을 정도다. 따라서 모든 개발공정(work)마다 테스트할 필요가 있다. 제조공정마다 테스트가 이루어지는 자동차산업이 좋은 사례다. 앞으로 모든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시험자(테스터)를 겸업하는 구조가 정착할 것이다.

 ◇임차식=정부도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에 따라 지난해부터 소프트웨어 제품에 대한 품질인증을 본격화했다. 그동안 국산 소프트웨어는 매뉴얼과 달리 작동되지 않거나 버그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품질인증제도 시행으로 많이 개선되는 추세다. 향후 국제 인증기관들과의 교류를 추진해 국산 소프트웨어 품질을 제고시킬 계획이다.

 ◇박준성=한국에는 ‘테스터’라는 직종이 없다.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자신이 개발한 제품을 스스로 테스트해 출시하는 웃지못할 구조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개발자 1명당 테스터 2명이 있다. 해외 전사적자원관리(ERP)업체들도 개발자 4명당 1명의 테스터를 운용한다. 이같은 구조는 소프트웨어 품질제고의 척도다. 국산 소프트웨어가 해외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하는 것도 부실한 테스팅 체계에서 비롯되는 현상이다.

 ◇사회=소프트웨어 개발 경쟁력이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으로 직결되고 있다. 컴포넌트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좌우할 요인들을 무엇인가.

 ◇이바 야콥슨=교육이 중요하다. 특히 소프트웨어 개발에는 언어장벽으로 인한 어려움이 많다. 외국어로 된 소프트웨어를 한국화하는 데에는 최소 2년 정도가 소요될 것이다. 그 사이에 신기술이 도입되면 소프트웨어 기술 경쟁력도 낙후되게 마련이다. 나는 스웨덴 사람이지만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위해 영어를 익혔다.

 ◇임차식=정부도 인력양성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난해 5000억원을 지원했다. 올해에도 2500억원을 지원해 양적, 질적 인력육성을 도모할 계획이다. 특히 2000년부터 미국 카네기대학과 연계해 대학과 현업에서 활동중인 인력들을 교육하고 있다.

 ◇박준성=지난해 미국이 CBD를 선도개발기술과제의 하나로 선정했다. 그만큼 컴포넌트 기술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국책 금융기관과 국방부가 컴포넌트 방식 정보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수요가 고개를 들고 있다. 향후 컴포넌트 소프트웨어가 시장의 헤게모니로 등장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사회=소프트웨어 개발 경쟁력 강화를 통해 개인, 기업, 국가의 경쟁력을 제고할 때다. 이를 위해 효율적인 통합 개발환경을 추구하고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번 좌담회에 참석한 패널리스트들의 제언이 국산 소프트웨어 경쟁력 강화의 초석이 되길 바란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사진; 컴포넌트 기반 개발이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계의 화두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창시자인 이바 야콥슨 박사(왼쪽에서 두번째)를 초청, 소프트웨어 개발의 미래와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해서 좌담회를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