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하이닉스 회사채 인수는 WTO 정신에 위배되는 행위"

 “하이닉스와 관련해 한국 정부의 보조와 지원을 예의주시하겠다.”

 미국이 하이닉스 문제와 관련해 우리 정부가 어떤 식으로 대처하는지를 주의깊게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미무역대표부(USTR)는 3일(한국시각) ‘2002년도 국별무역장벽(NTE) 보고서’를 발표하고 하이닉스 문제를 비롯해 전자상거래·지적재산권·스크린쿼터 등 한국 관련 부분을 29쪽에 걸쳐 언급했다.

 먼저 하이닉스 처리건과 관련해 NTE 보고서는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하이닉스 회사채 인수문제는 개별기업에 대한 재정지원으로 이 같은 한국 정부의 과도한 간섭과 영향력 행사는 WTO 정신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미 정부 당국은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monitor the situation closely)’해 필요한 추가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혀 우리 정부의 하이닉스 문제 처리 방식에 따라 양국간 무역마찰도 예견된다는 지적이다.

 또 보고서는 한국의 정보통신 시장이 IMT2000·디지털위성방송·초고속인터넷 등의 영향으로 매우 급속히 팽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외국 업체의 한국 내 사업권 및 기술표준 획득에 있어서는 진입장벽이 높아 자국 통신업체의 한국 시장 진입이 어렵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미 정부는 한국 측에 이 같은 문제의 시정을 꾸준히 요구, 민간 통신부문에 대한 한국 정부의 개입을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NTE 보고서는 소프트웨어·책 등에 대한 불법복제로 인해 자국 지적재산권을 침해당하고, 방화의 방영의무제도(스크린쿼터)로 자국 영화산업 진출이 어렵다는 것 등을 지적했다.

 이번 NTE 보고서 내용에 대해 한국무역협회 등 국내 관련 기관은 일단 미국 측 주장 중 합리적인 사항은 국내 제도 개편 시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자국의 업계 보호를 위한 설득력없는 주장도 많다는 게 국내 유관기관들의 분석이다.

 

 ◇NTE(National Trade Estimate) 보고서

 미국이 매년 발표하는 주요 교역국별 무역장벽에 대한 보고서를 말한다. 미무역대표부(USTR)는 한국 등 54개 주요 교역대상국의 법령·정책·관행을 분석, 매년 3월 말 대통령과 의회에 이 보고서를 제출한다. NTE 보고서는 민간업계·주재 대사관·상무부 등의 의견을 종합해 작성되며, 이는 ‘슈퍼301조에 의한 우선협상대상국’과 ‘스페셜 301조에 의한 지적재산권(IPR) 감시대상국’ 등의 선정 시 기초자료로 활용된다. 올해는 부활절 휴가로 발표가 지연돼 현지시각으로 2일 발표됐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