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정보기술의 미래>(13)병원경영정보시스템의 현재와 미래

 ◆경희대학교 의료경영학과 권영대 교수



 우리나라 병원 정보화의 시발점은 70년대 후반이다. 의료보험 시행으로 진료비 산정과 청구업무가 복잡해지고 업무량이 늘어남에 따라 대형컴퓨터를 도입해 원무업무를 처리하기 시작했다. 병원 정보화를 촉진시킨 가장 중요한 계기는 80년대 후반 전국민 의료보험제도의 실시다. 모든 국민이 의료보험과 의료보호의 의료보장을 받게 됨에 따라 의료서비스 이용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로 인해 병원을 찾는 환자 수와 관리 업무량이 크게 늘어났다. 반면에 정부의 경직된 의료보험 수가 정책으로 인해 병원들은 경영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이에 병원들은 경영의 합리화와 효율성 향상에 관심을 갖게 됐고 경영정보시스템을 구축해 각종 경영 통계 및 지표의 작성과 분석 업무를 수행하며 문서 작성·급여관리·인력관리 등의 업무를 자동화하기 시작했다. 90년대 들어 대기업들이 의료산업 분야로 활발히 진출함에 따라 대형 병원들이 설립됐으며 이들 병원은 앞다퉈 정보시스템의 구축에 대규모 투자를 했다. 이때부터 병원의 정보시스템은 OCS로 대표되는 임상정보시스템의 구축과 병원 내 각 부문의 정보시스템을 유기적으로 통합하는 시스템의 구축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

 90년대 후반 이후 인터넷의 급속한 보급과 활용은 병원경영정보시스템에 또 한 번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인터넷 사용의 확산으로 병원도 각종 의학 정보와 지식 등을 인터넷상에서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다. 병원의 e비즈니스는 개별 병원 내부의 정보시스템으로 국한돼 있던 병원경영정보시스템을 외부의 다양한 정보시스템과 연계, 확장된 정보시스템으로 전환시키는 극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병원 조직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로 의사결정체계와 권위의 이원화를 들 수 있다. 진료와 관리 부서는 업무의 내용과 성격이 판이하고 많은 업무들을 서로 독립적으로 수행한다. 의사결정체계가 상호 독립적이며 부서를 유지·관리하는 권위체계도 서로 다르다. 이러한 이원화된 병원의 구조 때문에 조직 내 갈등, 자원 이용의 비효율성, 의사 결정의 지연과 번복 등 병원 경영에 있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겨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은 병원의 정보시스템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금까지 병원의 정보시스템은 대부분의 경우 병원 내 각 부문이나 부서에서 독립적으로 구축한 경우가 많았다. 특히 임상정보시스템과 경영정보시스템 사이의 긴밀한 연계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로 인해 정보시스템 구축과 운용의 비용 증가, 정보 처리와 분석 업무의 증가, 정보의 공유와 활용의 부족, 정보의 불일치와 부정확한 정보의 사용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병원정보시스템의 발전에 있어 원무 관리를 중심으로 한 거래처리스시스템 수준의 경영정보시스템 구축이 시초였으나 90년대 이후에는 임상정보시스템이 빠르게 발전했고 경영정보시스템은 상대적으로 발전 속도가 느렸다. 정보화 초기 단계에는 기술적으로 구현이 용이한 경영정보시스템이 우선 대상이었으나 임상 부문의 정보화를 실현시킬 수 있는 관련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상황은 변화했다. 기술 부족의 문제가 해결되면서 임상 부문의 정보화에 더 많은 관심과 우선순위가 부여됐다.

 이는 전통적으로 진료 기능을 중시하는 병원 조직과 구성원의 특성에서 비롯된 바 크다. 병원의 전체 예산 중 정보화에 투자하는 비율은 타 산업에 비해 낮은 수준이며, 제한된 예산도 주로 진료 기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 결과 비슷한 규모의 일반 기업과 비교할 때 병원의 경영정보시스템은 낮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최근 의료 제도와 정책의 급격한 변화, 의료서비스 시장 개방 압력의 증가, 소비자들의 높은 기대 수준 등 병원 경영을 둘러싼 외부 환경은 계속 어려운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로 인해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늘어나고 병원 종사자들의 경영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병원 경영의 효율성 향상과 합리화를 충분히 지원하기에 현재의 경영정보시스템은 미흡한 수준으로 판단된다. 향후 병원의 정보시스템에 대한 투자와 관리에 있어 임상과 경영 정보시스템의 균형적 발전 및 긴밀한 연계는 중요한 과제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