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디네트웍스 고사무열 사장(37)이 2000년 5월 회사를 설립, 이듬해부터 국내에 유포시키기 시작한 CDN(Contents Delivery Network) 서비스는 말그대로 콘텐츠 배송을 원활히 해주는 네트워크 서비스다. 콘텐츠를 전국의 ISP에 분산배치해 데이터 병목을 해결한 것은 물론 수시로 업데이트되는 데이터를 동기화함으로써 어느 곳에서 접속하는 사용자라도 똑같은 데이터를 볼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물론 콘텐츠 업체에서 별도로 투자할 필요는 전혀 없다. 사용료만 내면 된다.
콘텐츠 업체들은 처음에는 이런 서비스도 있나 어리둥절해했지만 테스트를 통해 품질의 확연한 차이를 체험하고는 두말 없이 계약을 체결했다. 서비스 개시 후 1년여만에 고객사가 70여곳으로 불어났다. 컴퓨터바이러스백신업체인 안철수연구소, 온라인게임서비스업체인 넥슨과 위즈게이트, 인터넷서점인 예스24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업체들이다.
“CDN서비스에 대한 아이디어는 한국인터넷데이터센터 설립 업무를 하면서 생각해낸 것입니다. 사실 ISP들도 어떤 형태로든 틈새형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는데 공감했지만 이미 대규모 망사업을 벌이고 있는 사업자로선 운신의 폭에 제한이 많았죠. 모든 ISP와 협력이 가능하면서 규모도 입장도 중간자적인 별도의 사업자가 필요했던 겁니다.”
사업화 움직임을 지켜보던 망사업자들이 거액을 들고 나타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KT·하나로통신·데이콤 등 국내 3대 망사업자들이 13억원을 투자한 것이다. 벤처투자 움직임이 얼어붙었던 지난해 봄에도 삼성벤처투자 컨소시엄으로부터 40억원을 끌어들였을 정도. 이어 한국통신을 비롯한 국내의 주요 6개 ISP들과 전략적 제휴를 체결, 200여대의 서버와 11Gb급 광대역망을 확보하기에 이른다.
웬만한 망사업자도 선뜻 나서지 못했던 사업을 이렇게 초고속으로 추진할 수 있었던데는 고사무열 사장의 코뿔소같은 추진력이 한몫했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인문학도였지만 LGEDS(현 LGCNS)에 입사해 엔지니어로 인정받은 공학 마인드를 갖춘 경영자란 점도 거들었다. 96년 데이콤으로 자리를 옮긴 지 두해만에 한국인터넷데이터센터(KIDC)의 설립 실무를 총괄했다. 주변에서는 그를 두고 기획력과 설득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말한다. 최근에 시작한 콘텐츠 전송품질 인증제도도 그의 아이디어다. 콘텐츠 전송 품질이 일정 기준 이상이 되는 사이트에 ‘네피션트 존’이라는 인증마크를 부여함으로써 콘텐츠 업체들이 고객들에게 서비스 품질에 대한 신뢰를 심을 수 있도록 하면서 자사의 브랜드 가치제고효과까지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미래는 콘텐츠를 가진 자가 지배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세계 최대의 콘텐츠 기업인 타임워너는 망사업자인 AOL과 손을 잡음으로써 날개를 단 셈입니다. 씨디네트웍스는 우리 콘텐츠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일조한다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씨디네트웍스는 최근 고객수가 늘면서 월 2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창업 첫해 70만원이라는 기막힌 매출을 거둔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성장이다. 성장세만 놀라운 것이 아니다. 올 매출예상액 60억원 중 적어도 20억원의 순익이 남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모태신앙을 고스란히 이어받고 있는 고사무열 사장에게는 아마도 ‘시작은 미약했지만 끝은 창대하리라’는 성경 구절이 요즘 새삼스럽게 다가오지 않을까.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