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선거의 이론과 실제/권혁남 지음/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미디어 선거의 이론과 실제’는 저자가 5년 전 ‘한국 언론과 선거보도’란 책을 출간한 데 이어 두번째 정치커뮤니케이션 책이다. 책을 낼 때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묘한 우연의 일치에 대해 저자는 계획했던 바는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첫번째 저서가 오직 언론의 선거보도라는 문제에만 매달렸다면, 이번에 나온 책은 이보다 시야를 넓혀 선거에서의 미디어 역할과 효과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디어 선거는 분명 우리나라의 고비용 선거 구조를 크게 개선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으로 긍정적인 측면을 갖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그 이상의 부정적인 측면이 미디어 선거에 나타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제 막 시작한 우리나라의 미디어 선거가 부정적인 면은 최소화되고 긍정적인 면을 최대화할 수 있다면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생각이 이 책의 출발점이다.
이 책은 모두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 ‘미디어 정치와 선거’에서는 오늘날 위기를 맞고 있는 대의민주주의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이러한 민주주의 위기와 미디어가 어떠한 관련이 있는지 살펴본다. 민주주의를 위한 미디어는 시민들에게 토론광장을 제공해주고, 후보는 물론이고 비영리 조직과 사적 영역의 책임있는 자리에 도전하는 사람들까지 감시하는 파수견의 역할을 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정책과 공중 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학습 의욕을 고취시키고 의미있는 한 표를 행사하도록 ‘동원 주관자’ 역할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저자는 미디어가 오히려 공중 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참여를 방해하고 있다는 ‘미디어 부정주의 이론’을 통해 오늘날 미디어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어간다. 대의정치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할 때 미디어 역시 책임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고 단언한 저자는 객관성,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미디어 스스로의 부단한 노력을 재차 강조한다.
2부 ‘세계 각국의 미디어 선거’에서는 각국의 미디어 선거 현황과 문제점에 관해 논하고 있다. 무한한 언론의 자유가 보장된 미국, 신문의 정파적 성격이 뚜렷한 영국, 신문들이 탈정치화를 선언한 프랑스, 안내견 역할에 충실하는 일본의 미디어 등을 방대한 사례를 바탕으로 비교 분석하였다. 한 가지 공통적인 사실은 모든 나라에서 미디어 중심의 정치와 선거가 이미 자리잡았다는 점이다.
저자는 한국의 언론 보도의 특징인 취재원과의 밀착보도, 출입처 제도, 사적 채널에 의존하는 보도, 계보 기자 등에 대해서도 자세히 다루고 한국 선거보도에 대한 비판도 아끼지 않는다.
3부 ‘미디어 선거캠페인 각론’에서는 미디어 선거운동의 핵심 수단들인 정치광고, TV토론, 선거여론조사, 사이버 선거 등의 원리와 실태, 문제점들을 시공간적으로 고찰하였다.
다매체 다채널 시대가 열리면서 미디어의 정치력은 더욱 증대되고 통제하기 어려워진다. 미디어 선거가 갖고 있는 본질과 과정, 효과에 대해 제대로 이해해야 하는 사람은 비단 정치인이나 학도뿐만 아니다. 전 국민들의 이해 수준과 의식이 높아질 때 미디어는 정치 발전에 도움되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다.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