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제품도 다 고치는 ‘마술의 손’ LG 맥가이버
- LG전자 서울고객서비스지원그룹 이기홍 차장
‘모든 가전제품은 내 손안에.’
라디오에서 VCR, DVD, 일반 컬러TV는 물론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디지털TV, PDP TV, LCD프로젝터까지 못고치는 게 없는 전자업계의 ‘맥가이버’로 불리는 사람이 있다.
지난 84년 LG전자에 입사해 18년째 고장난 제품을 고치고 있는 서울고객서비스지원그룹 이기홍 차장(46). 라디오에서부터 최첨단 디지털제품인 PDP TV까지 그의 손을 거치면 어떤 고장난 제품이라도 멀쩡해진다. 금방이라도 쓰레기통에 들어갈 것 같던 제품들이 그가 이리저리 돌려보고 뜯어본 후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정상적으로 작동을 한다.
이기홍 차장은 LG전자 내에서 아주 유명한 인물이다. 각종 가전기기를 다루는 이 차장의 ‘손재주’는 때때로 ‘신의 손’이라는 칭송을 들을 만큼 뛰어나다는 게 주변의 평이다.
“불과 2, 3년 사이에 많은 제품이 디지털제품으로 바뀌었어요. 첨단제품이 나올 때마다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적응해야 하니까 서비스를 하는 사람으로서 난감할 때도 있지요. 하지만 신기술을 배우는 것도 즐겁고 그 기술로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하고 나면 기쁨과 보람을 느낍니다”. 전자제품 만지는 일이 가장 즐겁다는 이기홍 차장의 손을 거쳐간 ‘고장난 제품’만도 수만대에 달한다. 한달에 수리해 ‘멀쩡한’ 물건으로 바꿔지는 제품수는 400∼500대, 1년이면 5000대 가량이다. 20년 가까이 세월이 흘렀으니 단순 계산만으로도 약 10만대의 제품을 고쳐냈다고 봐도 된다. 이쯤 되니 전화로 증상을 듣거나 디스플레이에 나타나는 화면만 보더라도 어디에 이상이 생겼는지 바로 알 수 있을 정도다.
LG전자가 만드는 제품의 수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해마다 신제품이 나오고 새로운 기능을 첨가한 첨단제품들이 계속해서 쏟아져 나온다. 그런데도 그는 다루지 못하는 제품이 하나도 없다고 한다. 이같은 ‘고수’가 되기까지 왜 힘든 일이 없었을까. 신제품의 구조와 특성, 취약한 부분까지 모두 파악하느라 해당 공장에 직접 달려가 바친 시간과 노력은 짐작이 된다. 공장의 담당 직원에게 ‘비법’을 배우느라 들인 밥값에, 술값만도 상당했단다.
요즘 그는 자신의 기술을 후배들에게 전수하는 일에 열중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TV사업부에서 신개념제품(NDP:New Device Product) 고객서비스 기술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것. 이 차장이 배출해낸 교육생은 지난해 9월부터 6개월동안 약 300명. 현재는 700명 가량을 교육중이다. 단순한 AS뿐 아니라 전화를 걸어오는 고객 한명에도 최선을 다한다는 게 이 차장의 신조다. 때문에 교육생들에게도 기술전수와 함께 고객응대법과 친절한 어투 등 세심한 부분도 함께 가르친다.
“아날로그 시대에는 제품 내부의 부품을 교체하는 등의 단품수리가 대부분이었다면 디지털제품이 주류를 이루는 지금은 PC를 이용해 관련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하는 등 작업이 번거로워졌죠. 하지만 늘 첨단기술을 접하고, 고객과 함께 하는 삶이라 즐겁습니다”. 이 차장의 삶에 대한 자세다.
긍정적인 사고와 얼굴에 번지는 그의 환한 미소가 화창한 봄날과 멋지게 어우러진다.
<전경원기자 kwj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