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가 공급되는 전력선을 활용해 1초에 60번 파동하는 60㎐주파수 대신 수십㎑∼수십㎒대의 신호를 송출하며 모뎀을 이용해 전송 데이터를 복원해 통신한다.
전력선통신을 이용한 홈네트워크 구축의 기본원리다.
하지만 불과 몇년 전만 해도 전력선을 이용하고 최소한 1㎞ 정도의 거리안에서 통신을 지원해야 하는 전력선통신은 잡음, 신호감쇠, 임피던스 불일치 등의 3가지 문제를 보였다. 최근 국내에서도 수백 Kbps급∼Mbps급의 고속모뎀이 다양하게 개발됐고 이러한 문제점들도 해결됐다.
가전업계는 초고속정보통신망과 가구별로 설치될 게이트웨이(RG:Residential Gateway)를 연결해 가정내 전력선과 연결시키면서 통신하는 방식을 모색하고 있다. 소위 인하우스(in house) 개념의 홈네트워크다.
제반 통신환경과 지원기술을 볼 때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가장 앞서가는 전력선통신기술 국가로서 시장의 개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세계 최고의 정보통신망을 갖추고 있으며 800만∼900만 가구에서 초고속통신망을 사용하고 있는 만큼 홈네트워크 구축사업은 건설업계와 가전업계의 최대 관심사가 되고 있다.
‘향후 1년 내에 플러그를 꽂자마자 집안의 모든 인터넷 가전제품을 통해 통신데이터를 교환할 수 있는 세상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가전업계와 전력선통신용 모뎀을 개발하는 업체들은 이같이 자신한다. 모뎀의 가격도 20달러 미만으로 떨어지게 되리란 전망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가장 유력하게 등장하고 있는 가전품은 냉장고다. 가정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어 이미 인터넷가전 개념 등장 이전부터 가정내 모든 정보의 집결지가 되어있다. 가정주부는 흔히 중요한 사항을 적은 메모를 냉장고에 자석으로 붙여놓기도 하고 학교에 다니는 자녀의 가정통신문도 냉장고에서 찾아볼 수 있다.
게다가 냉장고의 대형화가 진전되면서 컴퓨터를 냉장고에 붙이는 작업도 훨씬 더 쉬워지고 있다. 향후 인터넷가전과 홈네크워킹을 위한 최적의 솔루션으로 냉장고가 선택되고 있는 이유다. 최근 LG전자가 지난해의 절반 수준인 490만원대의 인터넷냉장고를 내놓은 것도 이같은 시장 전개에 따른 인터넷냉장고의 중요성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국내 가전업계에서 내놓는 인터넷 가전기기는 저속 데이터통신 중심의 제품이 주류다. 우리나라 전력선통신의 표준을 제정하기 위해 구성된 PLC포럼(의장 김요희)에서 논의되고 있는 표준화 규격의 이름인 ‘HNcP(Home Network control Protocol)’도 따지고 보면 ‘저속모뎀에 기반한 홈네트워크를 지원하는 규격’이란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LG전자의 홈네트워크 총괄팀장인 박현 박사는 이러한 경향에 대해 저속 전력선통신 모뎀을 이용하더라도 현 수준에서 인터넷을 통해 요리법 등을 다운로드하는데 별 무리없다는 시각이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전력선통신모뎀을 개발하는 측의 입장은 또 다르다.
저속에서 고속통신을 지원하는 다양한 모뎀을 내놓고 있는 젤라인의 이기원 사장은 “펜티엄컴퓨터를 이용해 초고속통신을 하던 사람들이 XT급 컴퓨터를 사용하면 불편함을 느끼는 것과 같다”며 “결국 홈네크워크시장은 고속통신을 지원하는 시장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재구기자 jklee @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