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피플>광주과학기술우너 나정웅 원장

 “전자파의 활용은 무궁무진합니다. 전자파의 회절과 산란 등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물체의 위치뿐만 아니라 이미지까지 확인할 수 있는 등 산업현장에서 폭넓게 응용할 수 있습니다.”

 광주과학기술원(K-JIST) 나정웅 원장(61)은 국내 전자파의 이론과 응용 분야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 71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 교수 1호로 부임한 이후 30여년간 후진양성과 전자파 연구에 매진해왔다. 78년 국내 최초로 전자레인지 개발에 성공한 나 원장은 이후 유도가열장치와 영상레이더, 위성방송 수신용 안테나 및 수신기, 인공위성인 우리별 개발 등 마이크로파 및 안테나 분야의 국책·산업체 위탁연구를 활발하게 수행해왔다. 그는 지금까지 66건, 58억원에 달하는 위탁연구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산업계에 기여했으며 지난해에는 40㎾의 고출력 마이크로파 발진기를 만들어 폐활성탄을 재생하는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특히 나 원장은 유전체 모서리에서 일어나는 전자파의 회절을 계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해 이 분야에 대한 세계 연구진의 숙원을 해결했다. 나 원장의 전자파 회절원리의 이해 및 계산법은 지금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또 하나 나 원장의 괄목할 만한 업적은 지하 공동(땅굴) 검출용 전자파 레이더 장치 개발. 그는 시추공 안에서 전자파를 송수신하는 안테나를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된 땅굴탐사용 연속전자파 레이더로 지난 89년 강원도 양구지역 군사분계선 내에서 제4 땅굴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은 현재도 군에서 사용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지하 500m에 있는 직경 2m 정도의 물질 위치와 크기, 유전율과 도전도를 식별해낼 수 있는 첨단기법으로 발전했다.

 나 원장은 “실험실에서 개발한 곡물창고 내 쌀가마 도난 조사용 공동검출기를 확대 응용해 땅굴 탐사장비로 발전시켰다”며 “당시 미 국방부에서 구성한 세계적인 연구팀도 풀지 못한 어려운 문제를 순수 국내 기술로 해결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지속적인 연구로 지하물체의 위치뿐만 아니라 그 영상까지 볼 수 있는 연속파의 윈리 및 영상재구성 알고리듬을 완성하고 안테나 등 시스템 하드웨어 구성도 완성단계에 와 있다”면서 “이는 기초이론과 공학적 개발, 장비 운영이 종합적으로 적용된 독특하면서도 창의적인 결과물로 평가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까지 한국방송공사 자문위원과 비상임이사로 재직하며 위성방송과 CATV방송·디지털방송의 조기실현에 노력해온 나 원장은 지난 2월 중순 K-JIST 제3대 원장으로 취임한 뒤 업무 파악과 우수인재 육성 프로그램 준비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나 원장은 “지난 91년부터 3년간 K-JIST 설립추진단장을 지냈기 때문에 지금 맡고 있는 직책에 많은 애착을 갖고 있다”며 “우수교수와 인재를 확보해 연구 중심 대학원으로 자리매김하고 활발한 산·학 협력을 통해 지역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약력>

 △63년 서울대 전자공학과 졸업 △71년 미국 브루클린공과대 박사 △71년 KAIST 교수 △89∼94년 체신부 인공위성실무위원장 △97년 대한전자공학회장 △99년 BK21 KAIST 정보기술사업단장 △2002년 2월 K-JIST 제3대 원장 부임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