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가상사설망(VPN)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 최대 규모의 금융권 VPN 프로젝트로 떠오른 농협이 이달말에 최종 사업자를 선정하는데 이어 한빛은행, 국민카드, 외환카드, 제일투자신탁, 평화은행 등이 VPN 솔루션 도입에 나서는 등 올 상반기 들어 금융권의 VPN 도입이 활기를 띠고 있다.
금융기관들이 VPN 보안솔루션 구축에 활발히 나서는 것은 대부분의 금융기관들이 백업라인으로 VPN 네트워크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금융기관들은 기존에 본사와 각 지점간을 전용회선으로 연결해 사용하고 있으나 전용회선의 장애에 대비해 백업라인을 필수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이때 대부분 금융기관들은 전용회선에 비해 2배 이상 운용비용이 저렴한 VPN 네트워크를 선호하고 있다. 이외에 금융기관들은 본사와 지점간 중요업무만 전용회선을 사용하고 나머지 기타 업무나 인터넷 사용은 VPN 네트워크를 사용해 전용회선의 트래픽을 낮추는 용도로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인터넷망을 이용해 일종의 원거리통신망(WAN)을 구축하는 VPN 네트워크 서비스는 인터넷서비스제공(ISP) 업체들로부터 제공받지만 기본적으로 인터넷망이 갖는 보안의 취약성 때문에 별도의 VPN 보안솔루션을 설치해야 한다. 결국 지난해부터 금융기관들의 VPN 네트워크 도입이 늘어나면서 VPN 보안솔루션 시장도 함께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농협 프로젝트의 경우 전국 농협 지점에 방화벽과 VPN 통합제품을 구축하는 190억원대의 금융권 최대 규모다. 현재 퓨쳐시스템과 어울림정보기술의 제품을 벤치마크테스트(BMT)하고 있으며 이달말까지 최종사업자가 발표될 예정이다. 한빛은행은 지난 3월말 제안요청(RFP)을 VPN 업체에 내보내고 최근 퓨쳐시스템, 어울림정보기술, 시큐아이닷컴, 싸이버텍홀딩스 등의 제품에 대한 성능비교를 끝내 조만간 최종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42억원 규모의 국민은행 VPN 프로젝트도 곧 가시화된다. 국민은행은 이르면 이달중에 RFP를 내보낼 예정이어서 VPN업계의 물밑 영업이 치열해지고 있다.
제2금융권의 VPN 도입도 활발하다. 국민카드는 지난 3월 VPN 구축을 위한 RFP를 내보냈으며 1차 BMT를 거쳐 어울림정보기술과 시큐아이닷컴 제품을 대상으로 2차 BMT를 진행하고 있어 다음주중 사업자가 확정될 전망이다. 또한 외환카드도 지난 3월 VPN 솔루션에 대한 BMT를 마치고 곧 최종 결과를 내놓을 예정인데 관련 업계에서는 어울림정보기술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외에도 조흥은행을 비롯한 대형 은행들과 보험사들이 VPN 도입을 검토하고 있어 2분기 들어 금융권에 대한 VPN 업체들의 수주전이 한층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VPN 시장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는 VPN 업체들은 퓨쳐시스템(대표 김광태), 어울림정보기술(대표 장문수) 등 2, 3년 전부터 VPN 사업을 강화해온 보안업체들을 포함해 시큐아이닷컴(대표 오경수), 사이젠텍(대표 김상현·이석훈), 시큐어넥서스(대표 유대현), 이노크래프트(대표 김종철) 등도 지난해부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토종업체들의 경합에 이어 시스코시스템스, 노텔네트웍스, 넷스크린 등 해외 업체들도 금융권 VPN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금융기관은 특수성에 따라 VPN 도입 이후 국가정보원의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외산보다는 국산제품을 선호하고 있어 국내업체들이 유리한 입장이다.
지난 1월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KISIA·http://www.kisia.or.kr)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VPN 시장 규모는 384억원에 달한다. 아직까지 일반기업들의 VPN 수요가 크지 않아 올해 VPN 시장의 대부분은 금융권이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며 대략 300억원 규모는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관련 업계에서는 올 1분기 들어서 제1금융권 수요에 맞먹을 정도로 카드, 보험 등 제2금융권 수요가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어 최소 400억원대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기에 잠재수요까지 포함될 경우 시장규모는 2배 이상 확대될 가능성도 높다.
퓨쳐시스템 이종성 마케팅팀장은 “올해 금융권의 VPN 잠재수요는 최대 800억원대까지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증권, 은행, 보험 등으로 세분화해 볼 때 보험업계가 400억원대로 가장 크고 은행은 300억원대에 달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금융권 수요가 시작돼 올 들어 대형금융권이 잇따라 도입을 서두르면서 크게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VPN 시장이 본격적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했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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