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MSO 등 자가망 기반의 케이블TV사업자들이 최근 870㎒급 광·동축케이블혼합(HFC)망 설비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우리의 통신·방송시장에 의미심장한 변화를 줄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특히 이들이 투자를 완료하고 본격적인 사업확대에 나설 것으로 예측되는 올 하반기부터 통신·방송시장은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 함께 전반적인 투자패턴이 870㎒급 HFC망 위주로 이뤄진다면 국내 케이블TV시장은 내년 상반기까지는 완벽한 방송·통신 융합매체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측된다.
◇870㎒급 HFC망=케이블사업자들이 지난해말부터 투자에 나선 870㎒급 양방향 광대역가입자망은 기존 케이블TV사업자들이 구축했던 450㎒급이나 550㎒급 네트워크와는 차별화된 통신서비스 지향의 광대역파이프로 분류될 수 있다. 6∼7년전 대중화했던 450㎒급 케이블 네트워크는 방송프로그램 전송용에 국한됐던 단방향 가입자망이었고 550㎒급 네트워크를 초고속인터넷이 일부 가능했던 네트워크로 분류한다면 최근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870㎒급은 차원을 달리한다.
870㎒급 케이블네트워크는 양방향통신이 가능하다는 차원을 넘어서 양방향 멀티미디어서비스가 가능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멀티미디어 4대요소인 음성, 데이터, 동영상, 방송콘텐츠가 양방향으로, 그것도 통신서비스의 기본요건을 갖춘 점대점 서비스(Point To Point Casting) 네트워크로 탈바꿈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사업자들도 안정성 및 신뢰성 제고가 전제인 통신네트워크의 기본 개념을 받아들여 환형 네트워크 형태로 케이블 가입자망을 구축하고 있으며 HFC 전체 비율 중에서 광(fiber)케이블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모든 서비스를 수용하는 네트워크=870㎒급 HFC망은 모든 서비스가 수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아날로그 다채널방송을 그대로 전송하는 한편 고품질의 디지털 케이블TV프로그램도 아무 하자없이 전송이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보다 넓어졌고 양방향성을 갖는’ 나머지 대역폭은 초고속인터넷, VoIP기반의 인터넷전화, VOD나 PPV 등 양방향 방송서비스, T커머스나 마케팅 조사서비스, 가입자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 양방향 광고서비스, 데이터방송서비스 등 모든 부가서비스가 아무런 어려움 없이 창출 가능해진다. 이것이 바로 100여년의 아성을 지켜왔던 통신사업자의 구리동선 가입자망과는 비교될 수 없다는 이유다.
◇방송시장에의 영향=케이블TV사업자들의 광대역 네트워크 투자는 앞으로 방송시장에서의 질적 변화를 몰고올 전망이다. 광대역 네트워크 투자의 1차 목적이 케이블TV의 디지털전환으로 모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프로그램의 디지털전송은 고품질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3월 디지털 다채널위성방송을 기치로 상용서비스에 들어간 스카이라이프는 DVD급 화질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스카이라이프측이나 케이블TV사업자들 역시 스카이라이프 가입자가 대부분 고화질에 매력을 느낀 층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케이블TV의 광대역 네트워크 구축 및 디지털전환서비스는 스카이라이프와 함께 고품질 프로그램 서비스 경쟁을 유도할 전망이다. 특히 위성방송과 달리 케이블TV는 지상파방송사의 HDTV 프로그램을 그대로 전송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디지털TV의 대중화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폭풍의 핵은 통신시장=케이블TV사업자들이 추진하는 광대역 네트워크 구축의 주요 타깃은 통신시장이다. 특히 케이블TV사업자들이 단순 방송서비스 확대차원에서 설비투자를 단행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할 때 유선통신시장은 앞으로 크게 위협받을 것이란 결론은 자연스러워진다.
광대역 네트워크를 구축했거나 구축중인 사업자들의 최대 관심사항은 가입자당 월평균 매출액(ARPU) 증대로 모아지고 있다는 점은 케이블TV사업자와 통신사업자간 직접적인 경쟁이 앞당겨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광대역 네트워크를 구축한 케이블TV사업자들은 기본적으로 투자비용을 뽑기 위해 초고속인터넷시장이나 인터넷전화시장에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한다는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현재 상태에서도 MSO의 초고속인터넷 상품은 기간통신사업자 대비 평균 20% 가량 저렴한 상태며 일부 케이블사업자들은 50% 저렴한 가격파괴 상품을 선보이며 통신사업자 가입자의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
케이블TV사업자들의 초고속인터넷 다음 상품은 시내·시외·국제전화시장 공략으로 점쳐진다. 최근 VoIP기반의 인터넷전화서비스는 통신사업자의 음성전화서비스와 대등한 수준으로 오른데다 벤처기업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솔루션을 선보이고 있어 이들의 VoIP 채용은 시간문제다.
결국 KT 등 통신사업자들은 케이블TV사업자와 차별화된 VDSL이나 광가입자망(FTTH)투자를 서두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시룡기자 sr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