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무선LAN 시장에 비상등이 켜졌다. 올해 본격적인 시장개화를 예상하고 저마다 장밋빛 꿈을 키워온 업체들은 지난달 마무리된 KT의 공중망 무선LAN서비스 장비업체 선정결과를 놓고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원가에도 못미치는 수준에서 공급가격이 결정되자 과거 ADSL 장비가격 하락으로 공멸을 맞았던 국내 중소장비업계의 비극이 되풀이 되는 건 아닌가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장이 채 열리기도 전에 위기감이 먼저 번지고 있는 국내 무선LAN 시장의 문제점과 개선책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지난달 27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공중 무선LAN 워크숍’. 올들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있는 무선LAN에 대한 이해를 돕고 최신 기술동향을 소개하기 위해 마련된 이날 행사에는 300여명의 업계 관계자와 일반 방청객들이 입구까지 가득 메워 무선LAN에 대한 최근의 열기를 보여줬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한국이 초고속인터넷과 이동통신에 이어 무선LAN 분야에서도 세계 1위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무선LAN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쏟아냈다.
하지만 무선LAN에 대한 관련업계와 일반인들의 뜨거운 열기와는 달리 직접 무선LAN 시장에서 활동하는 현업 관계자들의 체감온도는 그리 높지 않다.
올해 최대 규모의 무선LAN 프로젝트로 관심을 모았던 KT의 장비업체 선정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분위기는 나아지지 않고 있다. 무선LAN 시장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공중망 시장의 신호탄이 터졌지만 분위기 상승은 커녕 오히려 찬물을 부어버린 형국이다.
단독형 액세스포인트(AP)와 ADSL모뎀 통합형 AP로 나뉘어진 이번 장비입찰에서 두가지 모두 시중가의 절반수준에서 가격이 결정되자 업체들은 할 말을 잃고 있다. 국내 최대 통신사업자가 정한 가격인 만큼 다른 사업자들의 장비입찰에서도 그 가격이 적용될 게 분명하고 이는 또한 일반 기업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번 KT의 장비입찰과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에 결정된 공급가격은 원가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해당 장비업체에 KT 무선LAN 장비 공급권 획득은 ‘상처뿐인 영광’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밖에 다른 통신사업자들의 무선LAN 사업 추진지연, 경기침체 여파에 따른 기업시장의 더딘 성장도 국내 무선LAN업계의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다.
이처럼 시장성장은 당초 예상에 못미치고 있지만 시장에 뛰어드는 업체는 계속 늘고 있다. 어바이어코리아,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 한국쓰리콤 등 외국계 업체들이 국내시장에 대한 무선LAN 영업을 강화하고 있고 낮은 가격을 앞세운 대만산 제품들도 유통시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무선LAN 사업이 유망 아이템으로 떠오르면서 기존 전문업체 외에도 수십여개에 이르는 국내 중소업체들이 시장에 난립, 시장의 밀도는 어느 분야보다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올해 국내 무선LAN 시장은 장밋빛은 고사하고 핏빛으로 얼룩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무선LAN 개발업체인 아크로웨이브의 조용천 사장은 “시장이 활성화되기 전에 가격대가 너무 일찍 무너졌다”며 “주가상승 또는 코스닥등록을 노리고 무선LAN 시장에 발을 디딘 업체들 중 상당수는 올해안에 사업을 접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