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에는 많은 종류의 원자로가 있다. 목적별로 에너지 이용, 중성자 이용, 플루토늄 생산으로 나눌 수 있다.
원자력발전소·원자력 항공모함이나 잠수함 등은 핵분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에너지를 이용하는 것이며, 원자폭탄은 원자로에서 생산된 플루토늄을 이용한다. 이에 비해 연구용 원자로는 핵분열 과정에서 생기는 중성자를 주로 이용해 여러 가지 연구를 할 수 있는 시설이다.
중성자는 양성자와 함께 원자핵 속에 들어 있는데 원자로에서는 이 중성자 가운데 일부가 원자핵 바깥으로 나와서 돌아다니게 된다. 이렇게 돌아다니는 중성자를 이용해 여러 가지 연구를 할 수 있다. 원자핵이 깨질 때 중성자가 나오는 것은 이 원자핵들이 양성자보다 훨씬 많은 중성자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가벼운 원소에서는 양성자와 중성자의 수가 비슷하지만 우라늄처럼 무거원 원소일수록 중성자의 수가 더 많다. 원자로의 원료인 우라늄235(U-235)의 경우 중성자가 양성자보다 51개나 많다.
이렇게 원자로에서 발생한 중성자는 다양한 용도로 사용된다. 대표적인 용도가 중성자 사진이다. 일반적으로 병을 진찰하거나 치료할 때, 공장에서 물건을 만들 때, 다리를 놓거나 건물을 지을 때 엑스선이나 방사성 동위원소를 써서 몸 속이나 기둥 속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엑스선이나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해 사진을 찍듯이 중성자로도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엑스선 사진을 보면 뼈가 잘 보이지만 두껍고 튼튼한 철에 둘러싸인 포탄의 속은 볼 수가 없다. 하지만 중성자는 철과 같은 물질을 잘 투과하며 물이나 화약은 잘 지나가지 못하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중성자로 포탄을 보면 유리로 둘러싸인 화약을 보듯 훤히 속을 들여다 볼 수 있다.
또 중성자는 앞으로 반도체 등 정보통신 분야에서도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컴퓨터나 TV 등에 쓰이는 반도체는 매우 순도가 높지만 극미량의 불순물이 들어 있는데 이 불순물을 조절해 우리가 원하는 반도체 기능을 갖도록 만든다.
대부분의 반도체는 전기가 매우 적게 흐르는 곳에 쓰이지만 전기가 매우 많이 흐르는 곳에 쓰이는 것도 있다. 전기가 많이 흐르는 곳에 쓰이는 반도체에는 불순물이 매우 정밀하게 들어 있어야 제대로 이용될 수 있다. 이런 일은 연구용 원자로에서도 수행할 수 있는데 반도체를 원자로에 넣어 중성자를 쪼이면 극미량의 불순물을 넣는 것과 같은 효과가 생긴다.
이밖에 중성자를 써서 연구할 수 있는 것은 매우 많다. 중성자는 빛이나 엑스선처럼 파동의 성질을 갖고 있으므로 원자 수준의 미시 세계를 관찰하는 데 쓸 수 있으며, 병을 진단하거나 치료하는 데 적합한 것도 있고, 산업 각 분야에 유용하게 쓰이는 것도 많다.
또 머리카락 한 토막에 중성자를 쏴 나오는 방사선의 특성을 분석하면 중금속 오염 정도, 영양 상태 등을 알 수 있다.
암세포에 모여 있다가 중성자를 쬐면 암세포만을 죽이는 물질도 있는데 이를 이용해 중성자로 암을 직접 치료할 수도 있다. 또 토파즈 같은 보석에 중성자를 쬐면 무색투명하던 것이 진한 푸른색으로 변해 훨씬 비싼 값을 받을 수 있다.
연구용 원자로는 현재 전세계에서 350여대가 가동 중이다. 지난 95년 완공된 원자력연구소의 하나로연구로는 우리나라 유일의 연구용 원자로로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관련 사이트
하나로연구용원자로 http://hanaro.kaeri.re.kr
원자력환경기술원 http://www.knetec.com
원자력안전기술원 http://www.kins.re.kr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