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파워콤 매각 조건 변경` 의미

 한국전력이 파워콤 지분매각을 위해 상당히 융통성 있는 조건을 내걸 뜻을 비쳐 관심을 모으고 있다. 우선 한전측은 현재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 30% 이외에 추가로 잔여지분을 동시에 합법적으로 매입할 수 있도록 할 방침임을 천명했다. 경영권 인수를 목표로 지분매입을 원하는 업체가 있다면 이마저도 허용해 보다 유리한 매각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의미다.

 그렇지만 인수 가능 업체들이 대부분 자금여력이 없는데다 파워콤의 가치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적잖아 한전측의 예상대로 상반기내 매각작업이 순조롭게 끝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입찰조건 변하나=한전 관계자는 매각조건의 완화는 매각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업체가 원할 경우 경영권까지 완전히 구사할 수 있는 지분매입의 길을 합법적으로 열어놓았다는 것이다. 가격조건 또한 한전측과 매입 희망자의 견해차가 있기는 하지만 조정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전측은 당초 3만원 이상의 주당 매각가격을 제시한 바 있고 업체측은 매입가를 6000원 정도로 희망했다. 따라서 구체적인 협상에 들어가면 이같은 가격조건을 최대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사기간 또한 매입을 원하는 업체가 원할 경우 2∼3주 가량 시간을 줄 가능성을 내비쳤다. 입찰의향서도 오는 11일까지 받기로 했으나 더 많은 업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17일까지 연장해 입찰의향서를 접수할 예정이다.

 ◇어떤 업체들이 준비하나=7∼8개 업체가 거론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이와 관련, “7∼8개 업체가 참여의사를 보이고 있다”며 “업체간 컨소시엄 논의도 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한전측의 언급과는 달리 적극적으로 지분매입 의사를 밝히고 있는 업체는 하나로통신과 LG그룹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나로통신의 경우 신윤식 사장의 지시 아래 별도의 팀을 구성, 파워콤 지분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두루넷의 합병작업 중단을 선언한 이 회사는 파워콤의 지분인수마저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 통신사업자로서의 위상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이번 인수전만은 어떤 식으로든 성사시키겠다는 각오다. LG그룹 역시 통신3강체제에 편입하기 위해서는 하나로-데이콤을 컨소시엄으로 끌어들여 파워콤을 인수하는 것만이 최선의 방법으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SK텔레콤이 두루넷의 기업전용선을 매입키로 한 이상 파워콤의 인수가 절체절명의 과제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따라서 어떤 식으로든 파워콤 지분인수에 참여할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유찰 가능성 배제 못해=그러나 업체 관계자들은 예상과는 달리 한전측이 융통성을 발휘하지 않을 경우 유찰될 가능성이 많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전측이 당초 입찰의향서 마감일을 11일로 잡았다가 17일로 연장한 것이 이를 방증해준다. 한전측은 경영권 획득을 원하는 기업을 위해 잔여지분 매입을 통한 사실상의 경영권 인수를 제안해 놓은 상태고 가격조건까지 유연하게 가져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표면상으로는 입찰참여의 폭을 넓혀놓는다는 취지나 다른 한편으로는 유찰 가능성을 염두에 둔 조처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실제로 데이콤은 박운서 부회장의 언급과 달리 경영진의 의견은 파워콤의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방향으로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은 참여할 이유가 없다고 못박고 있다. 포스코도 참여에 부정적이고 LG그룹 역시 내부 반대의견이 많아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하나로통신의 경우는 자금여력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참여의지와는 관계없이 최종 결론을 유보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전망=한전측의 긍정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매각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일단 17일까지 입찰의향서를 받기로 하기는 했으나 어떤 업체들이 참여할지는 미지수라는 얘기다. 하나로·LG가 관심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그만큼 자금여력이 없고 자금여력이 있는 업체의 경우는 KT의 민영화에 대비한 지분분산매입에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하나로는 LG와 컨소시엄이든 독자적으로든 지분매입 협상에 참여할 것을 선언하기는 했지만 자금조달에 대해선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파워콤에 대한 정부측의 의지가 굳건하고 한전측도 가격 등 새로운 조건을 제시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어 보다 많은 융통성을 보여줄 경우 의외로 쉽게 풀릴 가능성도 있다. 특히 정부가 지분매각을 위해 자금지원 등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어 유찰을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 업계 한켠의 견해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