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까지 매년 두배 이상 고속성장으로 안주해온 온라인 게임산업을 둘러싼 시장환경이 바뀌고 있다. 그동안 ‘자유’를 만끽해왔던 온라인 게임업체들은 외부에서 불어오는 ‘책임’과 ‘의무’를 요구하는 시장분위기에 새로운 좌표를 설정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도 육성과 규제 사이에서 오락가락하고 있고 내수시장은 소수 게임의 독과점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다양성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대안으로 여겨지던 수출 역시 국내 업체들간 출혈경쟁으로 당초 기대와는 달리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데도 업체들은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있다.
전문가들은 이러다가 온라인 게임산업의 고공비행 엔진이 자칫 멈춰설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파죽지세의 성장가도에서 일탈할 것인가 아니면 제2의 성장세를 이룩할 수 있을 것인가. 패러다임의 변환기에 놓여 있는 국내 온라인 게임산업의 제반 문제점과 대안 등을 5회에 걸쳐 짚어 본다. 편집자주
<글싣는 순서>
1. 오락가락 정부정책
2. 부익부 빈익빈 시장
3. 수출도 문제다
4. 인색한 업계 자구책
5. 그래도 온라인 게임이다
온라인 게임업체 CEO들은 요즘 미디어 때문에 겁난다고 하소연 한다. 한동안 온라인 게임으로 빚어진 폭력, 아이템 현금거래, 성매매 등 사회적 역기능이 대서특필되는가 싶더니 이에 따른 정부의 규제책이 연일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온라인 게임 사전등급분류를 전면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온라인 게임의 사회적 역기능을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강력한 정부의 의지를 반영한 셈이다. 또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7일 온라인 게임업체들의 불공정 약관에 대해 일제 조사를 착수하기로 했다. 그동안 사각지대로 방치되던 온라인 게임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대의명분이 따랐다.
그러나 너무나 갑작스러운 변화에 업체들은 갈피를 못잡고 있다.
얼마전만 하더라도 게임이 차세대 국가전략산업이라며 각종 지원책이며 육성책을 앞다퉈 발표하던 것과는 판이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사실 정부는 지난해 게임을 포함한 문화콘텐츠 등을 국가 기간산업으로 키운다며 문화콘텐츠 육성법까지 만들며 산업육성에 열을 올렸다. 게임의 경우 정부가 주도하는 1000억원 규모의 투자조합이 속속 결성되는가 하면 전문 인력양성을 위한 아케데미 설립 등 각종 육성책이 쏟아졌다.
물론 이같은 정부의 분위기는 올초까지만 해도 그대로 유지됐다.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의 올 예산이 지난해(59억원)에 비해 100%로 늘어난 120억원으로 잡힌 것은 이를 잘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사전등급분류를 필두로 정부가 규제의 칼을 뽑아들면서 정부의 정책은 180도 바뀌었다.
한 업체 CEO는 “정부의 정책이 하루아침에 온탕에서 냉탕으로 바뀌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다”며 “올초까지만 하더라도 각종 지원책에 휩쓸려 사업을 대폭 강화했는데 최근 규제책이 속속 발표되면서 보수적인 경영으로 돌아서야 하는지 좀처럼 갈피를 못잡겠다”며 심경을 토로했다.
게임산업 주도권을 놓고 문화부와 정통부가 벌이는 알력다툼도 업체들을 괴롭히고 있다.
지난해부터 불거진 부처간 영역다툼의 불씨가 다시 점화된 것은 정통부가 지난달 온라인 게임산업을 육성한다는 취지에서 ‘온라인게임산업협의회’를 결성하면서부터다. 그동안 게임관련 정책 주무부처로 자임해 온 문화부는 당연히 이같은 움직임에 강력 반발했다.
하지만 문제는 고래싸움에 새우등이 터지듯 업체들만 고스란히 피해를 입고 있다는 점이다.
양부처는 ‘온라인게임산업협의회’ 출범에 맞춰 노골적으로 줄서기를 강요하는가 하면 상대 부처 행사에 적극적인 업체에 일일이 챙기는 등 무언의 압력을 행사하고 있는 실정이다. 부처간 다툼은 단순히 줄세우기에만 그치지 않고 있다.
최근 쟁점이 되고 있는 온라인 게임 심의의 경우 양부처는 서로 자신들이 심의주관 부처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 한편에서는 전면적인 심의를 외치는 반면 한편에서는 다소 느슨한 심의를 주장하는 등 불협화음이 그치지 않고 있다.
업체 관계자들은 이왕에 온라인 게임의 사회적 역기능이 이슈화됐다면 이번 기회에 온라인 게임의 부정적 이미지를 털어내는 의미에서 심의를 적극적으로 수용할 필요도 있다고 말한다. 온라인 게임산업 전체가 부정적인 이미지로 공멸하지 않도록 일종의 ‘보호장치’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문화부와 정통부로 심의주관 부처가 이원화된데다 심의기준도 각각 상이한 마당에 과연 심의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국내 온라인 게임산업이 주목받으면서 해외 메이저 게임업체들이 앞다퉈 국내 산업을 견학하는가 하면 국내 관계자들을 초빙해 세미나를 갖는 등 한국 온라인 게임산업을 따라잡자고 열을 올리고 있다”며 “하지만 국내 산업은 불과 2∼3년에 급팽창한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당근과 채찍을 넘나드는 정책과 이에 따른 정부와 업계의 분열로 불필요한 에너지만 낭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