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기 접어든 이동전화단말기 산업>(3)CDMA 장악하고 GSM 노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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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가 세계 4위 업체로 올라서는 데는 CDMA 단말기가 1등 공신이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2900만대 판매량 중 CDMA 단말기가 1400만대를 차지했다. GSM은 1500만대였다. LG전자의 경우 900만대가 전량 CDMA 단말기였다. 그러나 한국이 CDMA 단말기 분야에서 절대적인 우위에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6300만대의 CDMA 단말기 중 삼성전자가 20% 이상을 차지하며 세계 1위를 기록했지만 실제 수출물량은 이의 절반인 700만대뿐이었다. 절반이 내수물량이었다.

 반면 2, 3위를 달리고 있는 모토로라와 교세라도 CDMA 단말기 시장에서 각각 삼성 못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GSM에서는 1500만대를 수출한 삼성도 전세계시장의 6.3% 정도 비중에 불과하다.

 이처럼 CDMA에서조차 외국기업의 도전에 직면한 채 GSM에서 겨우 명함을 내밀고 있는 국내업계가 확실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조준인 LG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우리의 강점을 최대한 살려 중국·인도·호주 등 신규 CDMA 단말기 수요처를 확실하게 장악하고 에릭슨 등 세계적인 이동전화단말기업체들이 약세로 돌아선 기회를 틈타 하루빨리 GSM 시장에 뿌리를 내려야 한다”고 제언한다.

 그러나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우선 CDMA 벨트가 쉽사리 확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GSM 단말기시장은 CDMA의 4배 정도인 2억4000만대 규모였다. 단말기시장의 보고인, 1억이 넘는 GSM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는 중국이 CDMA 서비스에 나섰지만 얼마나 확대될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 게다가 미국 CDMA 서비스사업자마저 GSM 2.5세대인 GPRS를 하나둘씩 채택하고 있다.

 CDMA 벨트를 확대시키고 절대우위에 있는 GSM 세력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범 CDMA 진영의 세결집이 시급하다. 노키아와 모토로라는 상대적으로 GSM 비중이 높고 퀄컴을 견제하고 있어 퀄컴·중국·한국 3자 연대가 필연적이다.

 CDMA 단말기에서의 우위확보도 시급하다. GSM의 경우에는 노키아나 모토로라 등 단말기업체들이 원천기술과 핵심칩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 CDMA에서는 단말기업체들이 모두 퀄컴에 의존하고 있다. 그만큼 업체간 경쟁력 차가 크지 않고 진입장벽도 낮다는 뜻이다.

 “CDMA 단말기사업의 관건은 다양한 응용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기술력과 로열티 부담 및 부품조달 단가에 달려 있습니다. 누가 이 세 가지 조건을 유리하게 갖추느냐가 승부를 판가름할 것입니다.”

 LG전자 이기섭 부사장은 한국업체들이 첨단을 달리는 국내시장을 바탕으로 한 소프트웨어기술력에서는 단연 우위에 있지만 앞으로는 불안하다는 지적이다. 시장자체가 포화상태인 데다 보조금 규제강화로 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로열티와 부품단가 경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누가 핵심기술을 먼저 확보해 크로스 라이선스 등을 통해 로열티 부담을 많이 떨어뜨리고 바잉파워를 높여 원가부담을 크게 낮추느냐에 달려 있다.

 “소프트기술 우위를 지키기 위해서는 단말기 보조금 문제를 완화해 내수시장을 테스트베드로 활용할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핵심기술력 확보를 위해서는 업체간 인력과 자금의 중복투자를 최소화하는 공조체제가 필요하리라 봅니다. 그러나 이 모든 문제는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매달 것이냐 하는 식이어서 결코 만만하지는 않습니다.” 휴대폰산업협의회 관계자의 지적이다.

 GSM 경쟁력에서는 국내업체들이 모든 면에서 열세에 있다. 노키아와 모토로라는 핵심칩을 자체생산하고 있다. 핵심기술을 확보하고 있으므로 로열티 부담은 우리보다 낮고 부품단가에서도 비교가 안된다.

 “2.5세대와 3세대, 4세대로 이어지는 전환기를 기회로 잡아야 합니다. 3세대로 넘어가면 CDMA기술과 GSM기술이 융합되기 때문에 GSM계열의 기득권이 현저히 줄어들 것입니다.” 김동연 탤슨전자 부회장은 GSM계열의 세대교체기를 제2의 단말기 신화로 이어갈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