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의 적극적인 도입 계획으로 매출증대에 큰 기대를 걸었던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 업계가 과당경쟁으로 수익성 악화라는 암초에 부딪혔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PACS 시장은 올해 1000억원대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활성화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시장선점을 노린 일부 업체들이 레퍼런스 사이트 확보를 위해 무리한 출혈경쟁을 감수함에 따라 공급가가 턱없이 낮게 책정되는 사례가 속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업체들 사이에서는 특히 일단 공급권을 확보하고 보자는 분위기가 팽배하면서 하드웨어 비용이 80%에 이르는 PACS에서 유일하게 마진을 남길 수 있는 평균 20%대의 소프트웨어 개발비 부분을 포기하고 있다. 여기에 하드웨어 값만 지불하고 소프트웨어는 공짜로 끼워달라는 병원측의 오래된 관행도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마로테크나 메디페이스 등 선두 업체들의 경우 중소병원 대신 종합병원과 대학병원을 집중공략하면서 저가경쟁을 피한다는 전략을 세웠지만 중소병원 물량도 간과할 수 없어 고민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일단 실적을 올리고 보자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어 업체들에 자정노력을 요구하기도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레이팩스 등 해외시장 공략계획을 세운 업체들 역시 최근 저가수주 분위기가 수출 부문까지 전파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고심중이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최근 열린 ‘국제의료기기 및 의료정보전시회(KIMES)’에서 상당규모의 수출계약실적을 올리는 등 해외진출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 상황을 유지하려면 우선 내부시장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PACS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의료계 역할도 중요하다”며 “시스템공급업체가 쓰러지는 것은 결국 병원측도 손해이기 때문에 의료계가 적정 마진을 보장해 주는 방안 등이 적극 모색돼야 할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정진영기자 jych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