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고 화두는 무선인터넷이다. 90년대 후반부터 불기 시작한 IT바람이 초고속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유선인터넷을 거쳐 무선인터넷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올해는 또 벨소리를 내려받거나 증권정보를 검색하는 초보적인 수준을 넘어 휴대폰 등 단말기를 통해 고화질의 동영상도 주고받으며 여러 포털사이트에 접속해 커뮤니티 활동도 가능한 본격적인 무선인터넷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이런 무선인터넷 분야는 특히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얼마간 뒤처졌던 유선인터넷과 달리 서비스나 기술개발에 있어 세계 최고수준을 자랑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해외 유수 이동통신서비스업체나 단말기업체들이 국내 무선인터넷 기술과 서비스를 벤치마크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고 국내업체들로부터 관련 기술과 노하우를 제공받고 싶어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이스라엘이나 동남아 등지로 무선인터넷 기술이 수출돼 앞선 국내 무선인터넷 기술을 알리기도 했다. 그야말로 무선인터넷 종주국이란 명칭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다.
한국이 이처럼 무선인터넷 분야에서 앞서갈 수 있는 것은 뒤에서 땀흘리는 연구개발 인력들의 노고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핵심 개발자의 공로는 특히 크다. 이들이 있었기에 현재 모바일 강국으로서의 한국의 위상이 가능했다.
무선인터넷 기술개발은 주요 이동통신사업자를 중심으로 지난 97년경부터 이뤄졌다. 주요 이동통신사업자들이 당시 초기 단계의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연구가 이뤄지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이동전화 회사별로 100∼150명에 달하는 인력들이 무선인터넷 기술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SK텔레콤의 무선인터넷 서비스에는 플랫폼 연구원장인 설원희 상무와 플랫폼 기술기획팀장인 최창호 부장 등 투톱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로 만 40세가 되는 설원희 상무는 서울대와 미시간대·퍼듀대를 졸업한 후 줄곧 미국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을 해온 해외파다. GE사를 비롯해 미국 굴지의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연구개발 경험을 쌓았다. SK텔레콤에는 2000년에 합류, 차세대 유무선인터넷 통합서비스의 중장기 전략 달성을 위한 기술 밑그림을 제시했으며 특히 무선인터넷의 기반인 휴대폰용 플랫폼 개발을 이끌고 있다. PC로 치자면 OS에 해당하는 부문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작년 3월에는 무선인터넷용 자바 실행 플랫폼을 개발했으며 이어 5월에는 무선 동영상 서비스(VOD)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해 7월에는 소프트웨어 방식 동영상 서비스를 상용화하는 등 SK텔레콤이 제공하는 수많은 무선인터넷 서비스의 기술개발을 책임지고 있다. 최근에는 단말 태스크포스(TF)장을 겸직하면서 SK텔레콤의 종합적인 단말기 관련 업무에도 관여하고 있다.
줄곧 이동통신 분야에 몸담아오다 지난 95년 SK텔레콤에 입사한 최창호 팀장(40)은 98년 SK텔레콤 무선데이터 태스크포스팀장, 99년 엔탑사업본부 엔탑개발팀장을 거치면서 SK텔레콤의 대표적인 왑 방식 무선인터넷서비스인 엔탑 출시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현재 그는 플랫폼연구원 기술기획팀장으로 일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유무선인터넷을 통합한 네이트 플랫폼 및 차세대 무선인터넷 기술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KTF의 무선인터넷사업은 안태효 상무(39)가 책임지고 있다. 현재 KTF 신사업총괄 플랫폼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안 상무는 서울대와 한국과학기술원을 거쳐 85년 한국통신에 입사했으며 97년부터 KTF에서 일하고 있다. 안 상무는 97년 PCS 무선망 설계 및 최적화 시스템 개발, 98년 지능형 자동차 네트워크서비스 ‘모빌넷’ 개발 및 상용화, 98년 유무선 복합 인터넷 포털서비스 ‘www.n016.com’ 상용화, 99년 개인형 무선인터넷서비스 ‘퍼스넷’ 상용화 등 매년 시장을 선도하는 기술과 서비스를 제시하고 있다. 매직엔 무선포털서비스와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아이콘 방식 무선멀티미디어서비스인 ‘매직엔 멀티팩’ 플랫폼 개발과 상용화 역시 그가 주도한 것이다. 지금은 KTF 무선인터넷 멀티미디어 표준플랫폼 개발에 주력 중이다.
LG텔레콤에서는 노세용 상무(42)가 무선인터넷 관련 개발을 총괄하고 있다. 20여년간 LG에서만 일해온 전형적인 LG맨인 노 상무는 지난 99년 LG텔레콤의 서비스개발실장으로 부임했다. 그는 2000년 4월 교통 폰(ez-pass)을 개발해 세계 최초로 휴대폰을 지불수단으로 사용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현했으며 PC의 자바환경을 CDMA폰에서 구현 가능토록 한 ‘자바스테이션’ 기술도 개발, 무선인터넷 이지아이를 통해 기존의 단순한 게임은 물론 각종 아케이드·어드벤처·롤플레잉 게임, 네트워크를 이용한 다중 사용자 게임까지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노 상무는 자바가 세계시장에서 표준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향후 왑(WAP) 콘텐츠를 자바 기반 서비스로 전환시켜 나가는 등 자바 부문에서 확실한 우위를 지켜나가기 위한 기술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이들 이동전화 회사 이외에 무선인터넷 솔루션업체에도 우수한 개발 인력들이 포진해 있다. 지난해 말부터 무선인터넷서비스가 모양새를 갖춰나가면서 이동전화 회사 용역을 중심으로 사업을 하던 회사들이 무선인터넷 솔루션업체로 자리잡기 시작했는데 이들은 이제 이동전화 회사보다 한발 앞서 무선인터넷서비스를 기획하고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이중 네오엠텔은 지난해 퀄컴과 모토로라에 솔루션을 공급, 기술이용료를 받은 것으로 유명해졌다. 네오엠텔은 동영상을 압축·전송해줌으로써 휴대폰 용량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도록 해주는 SIS라는 솔루션으로 퀄컴과 모토로라의 공략에 성공했다. SIS는 또 국내 이동전화 3사가 모두 무선인터넷 동영상 표준으로 채택하고 있다. SIS는 이 회사 윤성균 연구소장(34)이 주축이 돼 개발했다. 네오엠텔 부사장이기도 한 윤 연구소장은 현재 3D·스트리밍· 벡터그래픽까지 지원하는 SIS 업그레이드 버전을 개발 중이다.
SK 관계사로 국내 무선인터넷 기술을 해외로 수출하는데 산파 역할을 하고 있는 와이더댄닷컴에는 ETRI와 KAIST를 거친 전윤호 연구소장(36)이 있다. 전 소장은 서울대에서 박사 학위까지 받은 전형적인 토종 엔지니어이지만 학생 시절부터 세계적인 수준의 능력을 인정받았다. 지난 88년에는 미국의 IEEE가 주최한 세계 마이크로마우스 대회에 참가해 전체 3위, 학생 부문 1위를 차지하며 엔지니어로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전 소장은 인터넷 기반에서 음성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표준 규격인 보이스XML 1.0 규격이 발표된 직후인 2000년 5월부터 2년여에 걸쳐 보이스XML 게이트웨이 개발을 주도했으며 그가 개발한 보이스XML 게이트웨이는 현재 SK텔레콤의 무선인터넷과 음성정보시스템을 연결하는 시스템인 VIG(Voice Internet Gateway)의 핵심 장비로 사용되고 있다. 작년 7월에는 보이스XML 개발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개발자 사이트를 국내에서 처음 개설하기도 했다. 전 소장은 현재 보이스XML에 음성은 물론 텍스트·그래픽 등 멀티 인터페이스를 지원하는 무선인터넷 플랫폼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휴대폰을 이용해 인터넷서비스에 접속하면서 다른 망으로 이동하더라도 사용하고 있는 IP주소를 그대로 유지, 인터넷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모바일 IPv6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아이엠넷피아는 박재홍 사장(33)이 연구개발을 직접 이끌고 있다. 정보통신 전공 포항공대 출신 박사 1호인 박 사장은 현대전자의 연구원으로 입사한 지 2년여만에 최연소 책임연구원을 맡으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박 사장은 국내에서 IMT2000에 대한 개발 논의 시기였던 지난 97년부터 이미 이동통신의 기술개발 실무를 담당, IMT2000 연구실 기지·제어국 소프트웨어 개발팀장, 표준화연구팀장 등을 역임했다. 한편 박 사장은 국내외 학술지에 총 50여건에 이르는 논문을 발표했으며 60여건 이상의 특허도 출원하는 등 왕성한 연구개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현재 IPv6포럼코리아의 이동통신 응용 워킹그룹 의장, 정보통신 정책연구원 IPv6 전략자문단 위원 등으로도 활동 중인 박 사장은 특히 차세대 인터넷이라 불리는 IPv6, 그 중에서도 모바일 IPv6 분야에 대한 집중적인 기술개발 및 국책과제 수행 등을 통해 국내 IPv6 분야의 기술 리더로 인정받고 있다.
무선애플리케이션프로토콜(WAP) 게이트웨이를 비롯해 단문메시지(SMSC)·개인정보관리(PIMS)·통합메일서비스(UMS) 등 무선인터넷 인프라 솔루션 대표 기업인 필링크에는 엄용식 CTO(45)가 있다. 항공대학과 미국 콜로라도 주립대를 나온 엄용식 CTO는 필링크에 합류하기 전 2000년 5월까지 한국통신 기술기획실, 하이텔 등에서 연구개발업무를 담당했으며 필링크에서는 왑액세스게이트웨이·장문메시지(LMSC) 등의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지능망 및 무선인터넷 솔루션 전문기업인 유엔젤은 지난해 2월 JP모건으로부터 액면가 대비 46배에 달하는 투자를 끌어들여 명실공히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유엔젤의 기술개발은 무선사업부문 연구개발팀장을 맡고 있는 최용욱 부장(36)이 책임지고 있다. SK텔레콤 중앙연구원 출신인 최 부장은 2000년 12월 국내 최초로 IMT2000 시험용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가입자인증모듈(USIM) 카드를 개발, CDMA-GSM 로밍을 가능하게 한 주역으로 유명하다. 또 무선인터넷의 핵심기술인 왑게이트웨이, 무선 포털관리 시스템, 멀티미디어 서버 등을 개발해 국내외 유무선 통신사업자에 모바일 솔루션을 공급하는데 일익을 담당했다. 최 부장은 향후 2.5세대 및 3세대의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액세스 게이트웨이, 무선 포털관리 시스템, 모바일 커머스, 모바일 광고 등과 같은 차세대 모바일 기술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다.
휴대폰 등 모바일기기에 들어가는 브라우저를 개발하고 있는 EXE모바일에는 김경민 과장(31)이 포진하고 있다. 김 과장은 EXE모바일의 EX브라우저 개발의 주역인데 EX브라우저는 차세대 인터넷언어인 xHTML을 지원해 기존 웹콘텐츠를 별도의 변환작업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김경민 과장은 이 외에도 정보통신부에서 추진 중인 표준플랫폼 사업의 인증툴킷 부문을 담당하고 있으며 모바일 자바 동호회(http://www.mobilejava.co.kr)도 운영 중이다.
무선인터넷 관련 기술 연구는 기업뿐 아니라 국책연구소에서도 활발하다. 국책연구소는 특히 관련 기반기술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데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모바일IP 연구팀(팀장 김성희)과 무선인터넷접속 연구팀(팀장 현은희)은 얼마 전 비동기식 IMT2000망에서 이동전화를 이용해 인터넷서비스에 접속하면서 다른 망으로 이동하더라도 사용하고 있는 IP주소를 그대로 유지, 인터넷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모바일 IPv6 기술을 개발해 선보인 바 있다.
<김인진기자 ij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