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사의 국산애니메이션 의무편성비율이 산업계의 지속적인 요구와는 관계없이 지난해와 비슷한 내용으로 고시, 국내 애니메이션산업의 위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상파 방송사의 외주제작 프로그램 편성비율정책 또한 사업자간 계약내용의 개선보다는 양적 편성비율 소폭확대에 그쳐 독립제작사산업의 활성화와는 거리가 먼 정책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방송위원회(위원장 강대인)는 방송프로그램의 외주제작 편성비율, 국내제작 방송프로그램 및 국내제작 영화·애니메이션·대중음악의 편성비율, 1개 국가 제작물 편성비율, 외주제작 방송프로그램의 편성비율, 비상업적 공익광고의 편성비율 등을 정한 ‘2002년도 방송프로그램 편성비율’을 개정 고시했다.
◇주요내용=방송위원회는 개정고시한 ‘2002년도 방송프로그램 편성비율’을 통해 지상파 방송사업자는 지난해 고시보다 2%포인트 상향된 매월 전체방송시간의 100분의 33 이상 외주제작비율 프로그램을 편성토록했으며 KBS와 MBC, SBS는 매월 주시청시간대(평일:19:00∼23:00, 토·일요일 및 공휴일:18:00∼23:00) 방송시간의 100분의 10 이상을 외주제작 프로그램으로 편성토록했다.
또한 국내제작 애니메이션의 경우 지상파 방송사업자가 전체 애니메이션 방송시간의 100분의 45 이상, 지상파외 방송사업자는 전체 애니메이션 방송시간의 100분의 40 이상을 편성토록 했다.
다만 교육에 관한 전문편성을 행하는 방송사업자는 전체 애니메이션 방송시간의 100분의 8 이상, 종교에 관한 전문편성을 하는 방송사업자는 전체 애니메이션 방송시간의 100분의 4 이상 국내제작 애니메이션을 편성해 야한다.
방송위원회가 고시한 ‘2002년도 방송프로그램 편성비율’은 2002년 5월 1일로부터 시행되나 교육방송의 국내제작 방송프로그램 및 외주제작 프로그램의 편성비율은 9일부터 시행됐으며 ‘국내제작 애니메이션’ 판정기준은 7월 1일로부터 시행한다.
◇불만섞인 업계의 반응=방송위원회의 이번고시에 대해 가장 불만을 표시하고있는 게 애니메이션산업이다.
지상파 방송사의 전체애니메이션 방송시간 중 45% 이상을 국산으로 편성토록 한 방송위의 고시는 전혀 실효성이 없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상파 방송사가 전체 애니메이션방영시간을 줄여나감으로써 국산 편성비율이 줄어드는 상황인데다 45% 편성비율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 불과하다”고 방송위의 고시내용을 평가절하했다.
애니메이션업계는 최근 “지상파 방송사가 방송법의 허점을 이용해 시청률이 낮은 애니메이션의 방영시간을 지속적으로 낮춤으로써 국내애니메이션산업의 위축을 초래해왔다”며 국산 창작 애니메이션 육성을 위해 국산 애니메이션을 일정시간 이상 의무적으로 방영(지상파 연간1만분 이상)하는 절대방영시간제 도입을 방송위에 제안해왔었다.
독립제작사의 반응도 마찬가지다.
국내방송산업의 기간 인프라 역할을 맡고있는 독립제작사산업은 지금까지 양적인 성장을 이뤄내왔으나 지상파 방송사와의 불공정계약 때문에 질적 성장은 제한받아왔다.
독립제작사업계의 한 관계자는 “독립제작사들은 현재 지상파방송사와의 관계에서 지적재산권을 침해받는 등 불공정한 계약을 강요 받아왔고 이때문에 독립제작사는 지상파방송사의 하청업체라는 소리를 들어왔다”며 “방송위가 독립제작사를 고려한 편성비율정책을 마련하고자 했다면 양적인 편성비율 확대가 아닌 계약과 관련한 질적 개선조치를 취해줬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조시룡기자 sr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