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통합(SI) 업계에 대형 업체들이 연합해 프로젝트를 공동 수주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대형업체가 중소기업들을 불러모으던 기존 방식과 달리 처음부터 낙찰을 염두에 두고 대형 업체들만의 연합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대형 SI업체들간의 ‘연합군’ 구성에 대한 실효성 논란도 뒤따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현황=지난달 우체국금융시스템 첨단화를 위한 정보화전략계획(ISP) 수행 사업에서는 SI업계의 이른바 ‘빅 4’에 속하는 현대정보기술·삼성SDS·SKC&C가 연합해 프로젝트를 따냈다. 이 사업에는 이 컨소시엄 외에 LGCNS-쌍용정보통신 컨소시엄, 효성데이타시스템 컨소시엄, 동양시스템즈 컨소시엄 등도 참여했다. 역시 지난달 4대 사회보험 통합정보시스템 구축을 위한 주사업자 선정에는 LGCNS와 포스데이타가 주축이 된 LGCNS 컨소시엄에 돌아갔다.
대형기업들은 또한 과거와 달리 ISP 수립단계에서부터 거대 연합군을 구성하고 있다. 공군 전술지휘통제자동화체계(C4I) 프로젝트의 ISP사업의 경우, 포스데이타와 현대정보기술이 연합한 포스데이타 컨소시엄이 사업을 수주했다.
특히 지난 8일 1차 유찰된 범정부적 정보시스템 환경 구축 혁신방안(BPR) 수립 사업에는 양대 SI기업인 삼성SDS와 LGCNS가 컨소시엄을 꾸려 입찰에 참가했다. 이에 앞서 최대 공공 프로젝트 중 하나였던 국민의료보험공단 의료보험망 구축사업(LGCNS·삼성SDS·현대정보기술)을 비롯, 지상군 전술지휘통제자동화 체계(C4I) 구축 선행사업(쌍용정보통신·LGCNS·현대정보기술), 한국통신의 통합고객정보시스템(ICIS) 구축사업(삼성SDS·LGCNS·쌍용정보통신)에도 대형 업체들이 서로 연합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배경=이같은 ‘연합’ 움직임은 컨소시엄을 맺은 대형업체들이 분야별로 각자가 보유한 강점을 합칠 경우 상승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또 대형업체들이 연합군을 형성하면 수주 가능성도 높이고 비용도 줄일 수도 있어 실속이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업체들은 짧은 기간에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인력이 많이 투입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경쟁관계에 있는 대형 업체들과의 ‘연합’ 유혹을 뿌리치기가 힘들다.
이와 함께 대규모 프로젝트들의 경우 분야별로 특화된 시스템 구축능력을 요구하고 있는데다 ISP 사업 수행여부가 본 사업 수주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사업 초기단계부터 공격적인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있다.
◇실효성 논란=몇몇 대형 업체들은 대규모 프로젝트들을 공동수주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일부는 사업 독점과 프로젝트의 효율성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고 맞서고 있다. 대형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는 업체의 한 관계자는 “최근 공공프로젝트의 경우 예산 규모가 크고 기간도 길어 특정업체가 단독으로 추진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며 “대형 업체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행할 경우 각기 보유한 전문 기술을 활용하므로 프로젝트를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대형 SI업체 관계자도 “대형 업체간 연합은 과당경쟁과 덤핑 관행을 방지해 사업의 부실화를 막을 수 있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중견·중소기업 관계자들은 “선두주자들이 연합해 프로젝트 수주에 나서는 것은 중견 및 중소업체들의 참여와 경쟁 기회를 봉쇄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단독으로 참여할 때보다 더많은 이익을 남기기 위한 방향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밖에 없으므로 부실화도 우려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8일 범정부적 정보시스템 환경 구축에 앞서 시스템 혁신방안(BPR)을 수립하게 될 사업자 선정 입찰이 유찰된 것은 삼성SDS-LGCNS 컨소시엄 1곳만이 입찰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타 SI업체들이 거대 컨소시엄에 맞서 사업을 수주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보고 입찰을 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입찰에 참가하지 않은 한 SI업체 관계자는 “업계 1, 2위끼리 컨소시엄을 구성한 상황에서 다른 몇개 업체들이 연합해 참여한다 해도 수주 가능성은 30% 정도에도 못미친다”며 “선두권 업체들이 연합할 경우 규모가 작은 후발 업체들은 밀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논란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형 업체들의 연합보다는 대형 업체와 중견·중소업체간의 컨소시엄 구성을 통해 분야별로 특화기술을 활용, 전체 프로젝트의 효율성을 올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