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확대되지 않는 국내 개인휴대단말기(PDA) 분야에 새로 진출하는 업체가 계속 늘어나 과당경쟁으로 인한 부작용이 심각하다고 한다. 한정된 시장에서 과당경쟁을 벌이다 보니 선발업체까지 적자가 쌓이고 업체간 중복투자가 겹쳐 업계의 공멸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높다는 것이다.
기업인이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 진출해 경영활동을 하는 것은 누구도 이를 탓하거나 막을 성질의 것은 아니다. 오히려 확고한 비전을 갖고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시장상황을 분석해 뛰어든다면 해당 기업이나 국가 경제 성장을 위해서도 권장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어느 분야를 가릴 것 없이 시장규모에 비해 너무 많은 기업들이 진출해 지나친 경쟁을 벌이고 중복투자의 여파로 수익을 내던 기업까지 적자로 돌아서고 궁극적으로 모든 기업이 적자를 보게 된다면 이는 지양해야 할 일이다.
그동안 우리 기업들은 어느 분야든지 수익성이 있다 싶으면 너도 나도 경쟁적으로 뛰어들어 그로 인한 부작용이 심각했다.
PDA는 지난해 전반적인 경기침체 속에서 전년대비 50% 가까운 시장성장률을 기록해 비교적 호황을 누렸으나 올해는 수요가 지난해에 비해 크게 감소하고 있다.
지난 1분기 판매대수는 3만6000여대에 불과해 전년동기 8만대에 비해 절반 이상이 즐었다. 올해도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시장전망은 비관적이다.
이같이 시장상황이 나쁜데도 국내 PDA시장은 선, 후발 등 50여개를 넘는 업체들이 앞다퉈 진출해 치열한 시장경쟁을 벌이고 있다. 제품의 성능이나 기술 등 나름의 차별화 전략을 마련해 시장경쟁을 벌이면 기업들이 적자에 덜 허덕일 것이다.
안타깝게도 국내 기업들의 모델은 외형만 다를 뿐 거의 비슷한 종류의 제품을 대거 시장에 내놓고 있다. 제품별 차별성이 없다는 점이 문제다. 그러다보니 출혈경쟁을 해야 하고 남을 뒤따라 가느라 중복투자도 심하다. 이처럼 좁은 국내시장을 놓고 업체가 난립하고 과당경쟁을 벌이자 수십억원의 매출에 흑자를 내던 기업들이 적자로 돌아서고 있다. 우리는 기업들이 한정된 시장에서 공멸을 초래하는 이같은 사태는 결코 정상적이라고 볼 수 없다. 부를 창출하기 위한 기업활동이 오히려 자신은 물론이고 흑자보던 기업까지 적자기업으로 만든다면 이는 누구한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예 가만히 있는 것만 못한 처사다. 오히려 과당경쟁이 지나치면 관련산업의 후퇴를 가져올 수 있다.
최근 1년여 이상 감소하던 우리 수출이 지난 3월부터 회복세를 보여 반갑긴 하지만 나라 안팎의 여건이 아직 낙관할 정도는 아니다. 여전히 미국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남아 있고 일본지역에 대한 우리 전자제품 수출도 적신호다.
따라서 PDA 분야에 진출하고자 하는 기업은 우선 객관적인 시장분석과 확고한 비전과 구체적인 마케팅전략을 수립해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기업들은 좁은 국내시장을 놓고 과당경쟁을 벌여 공멸을 부를 게 아니라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야 한다. 그러자면 기술개발과 부단한 품질개선으로 세계일류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아울러 세계화 전략의 일환으로 선, 후발업체간 기술협력 또는 마케팅분야의 공조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검토해 볼만한 일이다.
<이현덕위원 hd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