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리그가 대표적인 e스포츠로 각광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미 다양한 게임대회가 치러지고 있으며 게임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프로게이머도 크게 늘었다. 또 온게임넷과 겜비씨 등 게임을 전문으로 한 방송사도 생겨나 이들 게임리그를 중계해주기 시작하면서 이들에 대한 인기가 크게 높아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몇몇 프로게이머들은 화려한 테크닉과 시원한 플레이로 관중을 매료시키며 많은 팬들을 몰고 다닐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이 온라인게임 강국으로 자리잡기까지는 사실 이같은 프로게이머의 역할이 컸고, 또 이들을 배출해내는 게임리그가 견인차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국내 게임리그는 연차를 더할수록 종목도 다양해지고 있다. 3∼4년전 ‘스타크래프트’로 시작한 게임리그가 이제는 ‘피파2002’와 ‘에이지오브엠파이어’ 등을 비롯한 외산게임은 물론 ‘킹덤언더파이어’ ‘거울전쟁’ ‘아트록스’ 등 국산게임으로도 확산되는 추세다.
게임리그의 종목이 다양해지면서 스타급 플레이어도 늘고 있다. ‘스타크래프트’에서는 이기석 선수의 뒤를 이어 김정민·임성춘·김동수·임요환·강도경 선수 등 걸출한 게이머들이 스타플레이어의 맥을 이어가고 있으며 국산게임인 ‘킹덤언더파이어’ 리그에서는 전제윤·이세중 등 새로운 스타들이 속속 배출되고 있다.
또 인터넷을 통해 이같은 국내 상황을 알게 된 외국 게이머들도 국내 대회에 참가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특히 캐나다의 기욤 패트리 선수와 러시아의 세르게이 선수, 프랑스의 베르트랑 선수 등 몇몇은 국내에서 프로게이머로 활동하고 있을 정도다.
최근에는 이같은 국내 게임리그의 인기상승과 이를 기반으로 게임산업이 발전하는 모습을 지켜본 중국이나 일본에서도 다양한 게임리그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중국의 한 국영방송은 국내 방송사와 협력해 국내 게임대회 관련 방송콘텐츠를 중국에 방영하거나 공동으로 게임대회를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게임리그가 세계적인 추세로 발돋움하는 데는 분명 최근 인기절정에 올라있는 국내 게임대회들이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는 국내에서 게임리그가 시작되기 이전부터 다양한 게임리그를 진행해왔다. 사실 지금은 게임해설자로 일하고 있는 김창선씨나 김도형씨, 이기석씨 등 국내 1세대 프로게이머들은 해외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서 알려진 인물들이다.
해외 게임리그로는 미국에서 열리는 CPL(Cyberathlete Professional League)과 지난 98년부터 ‘퀘이크2’를 즐기던 사람들이 커뮤니티를 형성해 만들어온 OGL(Online Gaming League), 프랑스 최대의 게임대회인 랑아레나(Lan-Arena) 등이 있다.
이 가운데 ‘퀘이크’와 ‘카운터 스트라이크’를 주요 종목으로 대회를 열고 있는 CPL은 97년 미국 텍사스주에서 시작한 게임리그로 시작 당시부터 규모와 상금액수 면에서도 기존 프로 스포츠와 비견할 수 있는 정도의 대회라는 점에서 각광을 받았다. 실제 이 대회는 지난해 총 30만달러의 상금을 내걸었으며 앞으로 100만달러 이상 규모의 대회로 발전해 나갈 것으로 기대를 모으면서 전세계 게이머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현재는 미국을 중심으로 영국·캐나다·스웨덴·덴마크·브라질 등지에 20여곳의 게임센터를 운영하며 이들 센터리그 우승자로 내셔널리그를 진행한다. 특히 웹사이트 내에 우승자의 프로필을 게재하는 ‘명예의 전당’을 운영, 호응을 얻고 있다.
프랑스의 랑아레나 대회는 연간 3∼4회가 개최되며 총상금은 2만유로 정도. 대회 때마다 1000명 이상의 선수가 참가하며 대회장면을 인터넷방송인 ‘게임원’과 ‘채널플러스’를 통해 공중파로 방송하는 것이 특징이다. 국내에 잘 알려진 베르트랑 선수도 바로 이 대회를 통해 스타로 부상한 게이머다. 이 리그의 대결 종목은 ‘퀘이크3’와 ‘카운터 스트라이크’ ‘스타크래프트’ 등이다.
또 OGL은 현재 ‘퀘이크’시리즈와 ‘트라이브스(Tribes)’ ‘할프라이프(Half Life)’ ‘킹핀(Kingpin)’ 등 국내에서는 다소 낯선 게임 위주로 대회를 치르고 있다.
유럽과 미국지역에서는 M플레이어유럽리그와 DAGL(Digital Athlete Game League) 등의 대회도 열리는데 이들 대회 역시 ‘퀘이크’시리즈와 ‘카운터 스트라이크’ 중심으로 열린다. M플레이어유럽리그의 경우 ‘레인보우6’와 ‘로그스피어’ 등 국내 게이머에게 잘 알려진 게임도 대회 종목으로 채택해 국내 클랜들이 상당수 참여하고 있다.
홍콩에서도 WGF(World Game Federation)가 주관하는 ‘피파2002’과 ‘스타크래프트’ ‘에이지오브엠파이어’ 등의 게임대회가 열린다. 주로 HK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며 대회마다 약 10만홍콩달러의 상금이 지급된다. 이 대회는 행사기간중 엔터테인먼트, 교육과 관련한 이벤트 등도 함께 실시한다.
이밖에도 해외 게임리그는 일본 게임개발사인 세가가 콘솔게임을 위주로 온라인리그로 진행하는 대회를 비롯해 XN네트웍스가 자체 리그 및 다른 리그사들과 공동운영하는 리그 등 크게 알려지지 않은 게임리그도 다수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국내에서 WCG(World Cyber Games)가 열렸다. 삼성전자의 자회사인 ICM이 주최하고 총 150억원 정도의 경비가 사용된 세계적인 규모의 게임대회였다. 올해 2회째를 맞는 이 대회에는 총 47개국에서 내로라하는 게이머들이 국가대표 자격으로 참여해 ‘스타크래프트’와 ‘피파2002’를 비롯해 6∼7개 종목을 놓고 치열한 접전을 벌일 예정이다.
이처럼 게임리그가 세계적인 인기를 얻는 e스포츠로 자리잡아감에 따라 조만간 게임대회도 월드컵이나 올림픽처럼 국가의 명예를 걸고 치러지는 국제대회로 자리를 잡아갈 것으로 기대된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