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가 대전 인쇄회로기판(PCB) 생산라인을 경쟁업체에 전격 공개키로 해 화제가 되고 있다.
삼성전기(대표 강호문)는 12일 PCB업체 관계자들을 대전 사업장에 초청키로 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행사에는 LG전자·대덕전자·이수페타시스·코스모텍·코리아써키트·심텍 등 PCB업체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삼성전기는 이번 행사에서 다층인쇄회로기판(MLB)과 볼그레이드어레이(BGA) 생산라인 등을 모두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같은 방침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관련업계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업계의 금기사항을 파기하는 것으로 삼성전기측의 결정이 놀랍기만 하다”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 관계자는 “장치산업 특성상 생산설비만을 봐도 그 업체가 PCB의 생산과 원가 관리를 얼마나 경쟁력 있게 운영하는지를 단박에 알 수 있기 때문에 생산 현장 미공개는 마치 업계의 불문률처럼 돼 있다”며 삼성전기의 생산라인 공개 결정을 용단으로 치켜세우기도 했다.
업계는 삼성전기의 이같은 방침이 자신감에서 비롯됐을 것이라는 분석 외에도 선의의 경쟁을 통해 공동 선을 창출해 보자는 의지의 표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국PCB산업협의회 신영조 사무국장은 “삼성의 생산라인 공개 방침은 업계의 결속과 대외 경쟁력을 제고해 보자는 뜻”이라면서 “일단 획기적인 일로 평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삼성전기측은 이에 대해 “글로벌 경영시대에 지엽적인 부문에만 매달려 자기 것만을 내다보고 달려서는 세계적인 기업이 될 수 없다는 게 최고위층의 생각인 것 같다”면서 “특히 국내 업체들을 경쟁 상대로 해서는 산업을 더 이상 발전시킬 수 없다는 판단도 이번 생산라인 공개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삼성전기 대전 사업장 공개는 지난 90년 11월 준공 이후 12년 만의 일이며 이 사업장에서는 다층인쇄회로기판과 볼그레이드어레이의 생산을 주로 맡아왔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