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이 우리 경제의 진정한 축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기술력을 토대로 세계 시장에 도전하는 벤처 정신을 재정립하고 양적인 확대보다는 내실과 안정적인 발전기반을 구축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벤처산업의 토양을 조성해야 합니다.”
국내 최대의 기술평가 인력을 보유한 기술신용보증기금 기술평가본부의 이진연 부장(52)은 벤처기업의 재도약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로 기술력을 꼽는다.
그는 벤처버블이 꺼지던 지난 2001년에 강남기술평가센터장으로 근무하며 벤처기업에 있어 기술력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한번 절감했다.
“은행은 담보를 잡고 투자를 하는 기관이지만 보증기관은 신용을 보증하는 기관이어서 그 책임이 큽니다. 특히 기술신보는 기술력에 대한 가치 평가를 통해 보증여부와 규모를 결정하는 만큼 기술력 평가는 집으로 따지면 주춧돌에 해당하는 셈입니다.”
기술평가센터는 지난 97년 처음 문을 연 뒤 지난해 2월 중부, 강동센터설치로 전국 11개 지역에 센터를 운영하게 됐다. 공학, 경제·경영학 박사와 공인회계사, 기술사 등 평가 전문인력만 55명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공계 중심의 기술평가 전담인력 174명, 경영지도사 및 기술지도사 자격을 소지한 컨설팅 인력만 90명이 근무하고 있다. 또 대학 교수와 국공립 연구기관 연구원 등 외부기술자문위원만 557명에 달한다.
기술평가를 통한 보증규모만 지난해 4901억원에 달했으며 올해는 1조원 규모로 늘려잡고 있다.
“기술평가에 대한 수요는 점차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도 선진화·전문화된 기술평가모델 개발, 체계화된 정보인프라 구축 등이 정비돼야 합니다. 13개 평가기관이 존재하지만 제각기 다른 지표를 적용, 벤처기업들이 혼란을 겪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같은 체계를 정비하는데 기술신보 기술평가센터가 중심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특히 이 부장이 신경쓰는 부분은 외국 기술에 대한 가치 평가다.
많은 기업들이 외국에서 관련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시도를 하고 있지만 기술에 대한 객관적인 가치평가가 항상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우수한 기술 도입을 위해서는 기술 출자가 가능해야 하지만 현재 외국의 기술 가치를 공인할 수 있는 기관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기술은 수치화된 명확한 금전적 가치평가가 이뤄져야만 투자가치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물론 나중에 생길 수 있는 법적인 문제 소지까지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이게 바탕이 되지 않기 때문에 기업들이 기술 투자를 꺼리거나 꼭 필요한 경우는 편법을 동원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기술신보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하이테크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평가를 할 수 있는 중앙기술평가센터 설립을 추진중이다. 중앙기술평가센터는 말그대로 기술평가센터 중에서도 평가능력이나 역할 등 모든 측면에서 중심에 서게 될 것이라는게 이 부장의 설명이다. 이를 위해 현재 고급 인력들에 대한 집중 배치를 검토중이다.
“벤처기업에 있어 기술은 기업의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자본이자 자산인 셈입니다. 이같은 기술을 발굴, 제대로 된 평가를 통해 사업화에 성공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 기술신용보증기금이 확대해 나가야 하는 역할 중 가장 큰 항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기술신보가 이같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특화된 기관으로 거듭나는 데 밑거름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기술신보 기술평가센터의 안살림을 맡은 지 1년을 지나고 있는 이진연 부장의 다짐이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