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무선LAN 시장에 때아닌 위기감이 감돌고 있지만 다행히도 이를 두고 시장 자체의 가능성을 부정하는 분위기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업체 관계자들은 비록 예상보다 일찍 가격대가 무너지고 시장의 만개가 지체되고 있지만 종국에는 무선LAN 시장이 활짝 꽃을 피울 것이라는 데는 모두 동의하고 있다.
다만 업체들은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무선LAN 대중화를 하루라도 앞당기는 것이 관건이기에 저마다 해법마련에 몰두하고 있다.
무선LAN 시장에 위기감을 불러온 가장 큰 원인인 ‘저가 입찰’에 대해서는 통신사업자들의 발상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장비성능테스트(BMT) 통과업체를 대상으로 단순 가격비교를 통해 사업자를 선정하는 현 방식에서 벗어나 BMT 성적과 가격을 종합 평가하는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무선LAN 업체들의 자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비록 통신사업자가 예산절감을 위해 취한 ‘액션’에 휘둘린 감이 없지는 않지만 구매자 측면에서 보다 낮은 가격에 제품을 구매하려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에 통신사업자만을 비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최근 KT의 무선LAN 장비 사업권을 따낸 업체의 한 관계자는 “비록 공급가격이 현실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운 수준이지만 ‘KT 장비공급 업체’라는 이름표가 영업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기 때문에 무리수를 취했다”고 털어놓았다.
이러한 출혈경쟁과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낮은 가격에라도 제품을 공급하려는 욕심은 어쩔 수 없다치더라도 눈앞의 물량확보를 위해 보다 큰 일을 그르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저가에 제품을 공급하다 보면 수익성 악화는 뻔한 일이고 이는 곧 가장 중요한 부분인 기술 개발비 감소를 불러와 장기적으로는 경쟁력 악화를 가져온다는 설명이다.
한국쓰리콤의 최호원 사장은 “일부 국산업체의 경우 ‘한건주의’에 사로잡혀 신규 투자에는 소홀한 면이 없지 않다”며 “무선LAN 기술이 이제 막 발전단계에 접어든 만큼 빠른 변화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기술개발에 대한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미 가격대가 무너진 만큼 현실을 인정하고 저가형 모델개발에 주력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아크로웨이브의 조용천 사장은 “시장가격이 계속 낮아지고 있고 일부 저가형 대만산 제품이 시장에 유통되고 있어 고객들이 요구하는 기본 성능을 갖추면서도 가격이 저렴한 제품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보다 적극적인 수요창출 노력을 벌여야 하는 것도 업계가 할 일이다. KT를 제외한 통신사업자들이 공중 무선LAN사업의 본격적인 전개를 미루고 있는 상황에서 마냥 공중 무선LAN 시장만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바이어코리아가 지난달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 한빛인포텍과 공동으로 프랜차이즈 형태의 무선LAN 사업을 시도한 것처럼 직접 수요를 끌어내려는 노력이 진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국내시장의 경쟁이 치열한 만큼 해외시장 개척노력도 꾸준히 벌여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해외사업의 경우는 대부분의 국내 무선LAN업체들이 중소업체인 만큼 직접적인 현지 진출보다는 현지 유통업체들과의 제휴 또는 OEM 방식을 통한 수출노력이 필요하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물론 해외시장에서도 대만산과는 가격으로, 미국계 메이저업체들과는 성능에서 싸움을 벌여야하므로 가격대비 성능을 보완하려는 노력을 병행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국내 무선LAN 전문업체 크리웨이브의 강현구 사장은 “아직 무선LAN 시장은 병아리 수준이기 때문에 지금 현재보다는 앞으로의 가능성이 더 큰 시장”이라며 “현재의 문제점을 보완하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벌여나간다면 2, 3년 내에 본격적인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