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코리아써키트 송동효 회장

 “중국 현지화 전략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든지 아니면 첨단 제품을 조기 상용화해 선진국 업체와 경쟁할 수 있는 사업구조를 갖춰야 합니다.”

 11일 창립 30주년을 맞이한 코리아써키트 송동효 회장(65)은 급류와 같은 세계시장 환경에 탄력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선 미래 환경을 통찰할 수 있는 경영 전략의 틀을 서둘러 짜야 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72년 4월 서울 강서구 염창동에 코리아써키트를 설립, 단면 PCB를 국내에서 처음 생산하기 시작한 그는 “PCB산업이 고도화되고 생산 규모 또한 1조5000억원대에 이르는 등 외형적 성장을 거듭해 왔지만 질적인 측면에서는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의 이같은 소회는 국내 PCB산업이 기술력은 대만과 함께 중간 수준인 반면 가격 경쟁력은 중국의 저가공세에 밀리고 있는 안타까운 산업 현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올 들어 중국과 대만은 저임금을 바탕으로 한 가격 경쟁력과 신기술 도입 등으로 한국을 압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같은 상황을 그대로 방치하게 되면 국내 업체들의 설자리는 점차 좁아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의 지적대로 국내 PCB산업은 이미 중국에 자리를 내줘 세계시장에서 5위에 머물고 있다.

 송 회장은 그 때문인지 전문인력 양성, 핵심기술 확보, 글로벌 경쟁력 제고 등 3대 요소를 확보하는 게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PCB산업은 부품산업임에는 틀림없지만 정밀기계·금속공학·금속재료·전자전기 등의 인력이 필요한 종합적인 공학산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선 전문인력 확보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부가 PCB관련 대학의 지원을 확대하는 등 인력수급에 깊은 관심을 가져주어야 합니다.”

 송 회장은 특히 “선진기술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뒤늦게 기술을 도입하게 되면 세계적인 기술 흐름에 대처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선진국의 기술보호 정책과 핵심기술 이전 기피로 기반기술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면서 산·학·연 공동의 핵심요소기술 개발과 환경친화형 PCB 상용화를 위한 기술력 확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글로벌 경쟁력 확보방안도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업체간 출혈경쟁을 지양하고 각사가 전문성을 지향하며 PCB의 핵심적 경쟁 요소인 납기·품질·가격에 대한 글로벌 경쟁력 체제를 갖추는 역량을 꾸준히 키워 나가야 합니다.”

 송 회장은 이같은 요소 외에 세트업체들과의 협력도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세트업체와 협력이 안돼 PCB의 품질 향상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일본은 이러한 점에서 세트업체와 PCB업체와의 협력이 대단히 잘 되고 있고 각종 정보도 피드백을 시켜줘 품질 향상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국내 업계도 세트 개발단계부터 부품업체와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하거나 정보를 공유했으면 합니다.”

 “그동안 회사를 경영하면서 시장을 잘못 내다봄으로써 시장 지배력을 높일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상실한 뼈아픈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누구보다 신속한 시장 정보와 핵심기술 및 전문인력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올해 PCB산업계가 사업구조를 첨단제품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영원한 후발 주자로 남게 될 것입니다.”

 30년을 한 눈 팔지 않고 오로지 PCB사업 외길에만 전념해 온 업계 원로의 뼈있는 말이 가슴을 파고 들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