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공동 전자화폐 `K캐시` 올핸 돌파구 찾나?

 ‘명맥만 유지하는 전자화폐로 남을 것인가,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것인가.’

 은행권 공동 전자화폐 ‘K캐시’를 두고 하는 얘기다. K캐시는 한국은행·금융결제원이 주관하고 19개 시중은행이 발급기관으로 참여하고 있지만, 지금까지는 은행권 공동 전자화폐라는 이름이 부끄러울 정도였던 게 사실. 몬덱스·비자캐시·에이캐시·마이비 등 민간 전문업체들이 주도하는 전자화폐와 달리 무엇보다 영업일선을 책임지는 뚜렷한 사업주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96년 ‘한국형 전자지갑’이란 이름으로 사업이 처음 착수된 시기를 거슬러 올라가면 역사도 가장 오래됐다. 은행권은 올해를 K캐시 활성화 원년으로 삼고 시장조성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K캐시는 지난 2000년 시범사업 착수 이후 지금까지 10개 남짓한 은행들이 13만장 정도의 카드를 발급하고 1200대 가량의 단말기가 보급될 정도로 미진하다. 서비스 지역도 춘천·김해·수원 등 지방 소도시에 국한되고, 그나마 교통카드로 이용 가능한 곳은 김해시 정도. 더욱이 발급주체인 참여은행들 상당수가 여전히 사업성을 타진하며 ‘관망’하는 입장인 데다, 일부 은행은 직접 전자화폐 사업을 챙기며 K캐시 발급을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누군가 나서서 사업을 끌어가야 하지만 결국은 먼저 투자해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면서 “대부분은 시스템 유지에 필요한 최소 분담금을 내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금결원과 농협·한빛·기업·조흥·외환·제일 은행들은 올해를 활성화의 기점으로 보고, 다각적인 대응책을 마련중이다. 대표적인 변화가 시중은행들이 직접 영업 전면에 나서겠다는 시도. 한빛은행의 한 관계자는 “학생증·병원 등 스마트카드 수요가 있는 곳을 위주로 고객기반을 마련하면 나머지 은행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까지 기다려오던 사업방식을 바꿔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은행계는 특히 에스원이 추진중인 삼성그룹 사원증으로 전자화폐가 채택된 데다, 향후 광주 지역 교통카드 사업에 적극 참여할 경우 K캐시의 재도약에 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결원 관계자는 “삼성그룹 사원증만 하더라도 100만장 규모”라며 “그밖에 교통카드로 확산될 수 있다면 사업성은 충분하다”고 낙관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