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부가 부품·소재산업의 육성을 위해 4대 중점 추진전략을 제시한 것은 이 산업이 반도체산업에 이어 21세기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발전할 충분한 잠재력을 갖췄다는 판단에서다.
10일 무역클럽에서 열린 ‘부품·소재산업 경쟁력 강화 전략회의’에 참석한 신국환 장관도 “지난해 부품·소재가 어려운 수출환경 속에서도 반도체를 제외하고 50억달러 이상의 무역흑자를 시현해 줌으로써 무역수지 흑자기조 유지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따라서 반도체 등 세계적 수준의 전통 주력산업을 바탕으로 부품·소재산업을 ‘글로벌 서플라이 네트워크’에 편입시키기 위한 전략적 투자를 병행한다면 우리나라도 이 분야의 새로운 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을 것으로 산자부는 보고 있다.
◇배경=21세기 경쟁의 패러다임이 완제품에서 부품·소재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인텔·델파이 등 세계표준을 만들 수 있는 부품·소재 전문기업들이 디지털지식경제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또 부품·소재가 산업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완제품의 가격 및 품질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부품·소재산업이 향후 10년간 제조업 전체(5.3%)보다 훨씬 높은 연평균 8.9%의 성장률을 달성하는 등 미래 경제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산자부는 부품·소재산업을 집중 육성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아래 지난해 4월 ‘부품·소재육성특별조치법’을 제정, 법적 기반을 마련하고 7월에는 ‘부품·소재발전기본계획(MCT-2010)’을 수립한 데 이어 이번에 구체적인 발전비전 및 전략을 담은 경쟁력 강화대책을 발표한 것이다.
◇현황=국내 부품·소재산업은 사업체수 2만8000여개, 생산액 152조원, 종사자 85만8000명으로 경제성장의 중추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또 부품·소재 수출은 98년 이후 매년 전체 수출의 40% 이상을 차지하며 수출의 견인차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반도체를 제외한 무역수지가 50억달러를 넘어 전년대비 무려 62.2% 증가했다. 이는 부품·소재 전반에 걸쳐 국산화율이 높아지고 글로벌 소싱화가 진전되고 있음을 반영한 것이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는 글로벌 소싱화에 대응할 수 있는 우수한 생산기반과 대형화된 부품·소재 전문기업이 포진하고 있어 글로벌 부품·소재 조달체제에 편입될 시 일본과 중국을 제치고 세계적인 부품·소재 공급기지로 성장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
◇과제=현재 우리나라는 시험평가, 시스템통합, 공정 및 설계 등 원천기술 부족으로 조립 중심, 내수 위주의 저부가가치 범용부품 생산체제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21세기 부품·소재산업의 새로운 강국으로 도약하려면 우선 고기술·고부가가치 핵심 부품·소재 생산체제로의 전환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부품·소재기업의 대형화·전문화를 통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지금은 50인 이하의 소규모 영세기업이 전체 부품·소재기업의 89.5%를 차지, 전문생산체제 구축 및 기술개발, 해외시장 진출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개발된 부품·소재의 시장 진입장벽을 극복하는 것도 해결해야 할 문제점 중 하나다. 많은 국내 부품·소재기업이 신뢰성 부족, 수요기업의 사용기피, 외국제품의 덤핑공세 등으로 시장진입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비전 및 전략=산자부는 이러한 과제를 하나씩 해결함으로써 2010년까지 핵심 부품·소재의 세계적 공급기지화를 달성한다는 목표아래 4대 추진전략을 제시했다.
산자부는 우선 차세대 핵심 부품·소재의 독자적 기술기반을 구축키로 하고 매년 50개 과제를 발굴해 2010년까지 민관 합동으로 2조원을 투입키로 했다.
또 부품·소재의 신뢰성 향상을 통한 시장진입을 촉진시키기 위해 2010년까지 500개 품목의 신뢰성 인증을 확보하고 자율적 시장선택 메커니즘을 통해 수요기업이 국산 부품·소재를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부품·소재산업의 수출촉진 및 투자유치 지원 차원에서 매년 50개의 수출 리딩 컴퍼니를 선정, 이들 기업을 수출첨병화하는 한편 부품·소재기업의 전문화·대형화를 적극 지원, 2010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부품·소재 전문기업 150개를 창출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산자부는 이러한 내용의 4대 추진전략이 차질없이 진행될 경우 부품·소재산업이 2010년에는 1475억달러의 수출과 500억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달성하는 등 우리 경제의 성장견인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종윤기자 jy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