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대만 그리고 한국으로.’
모니터산업의 중심축이 움직이고 있다. 일본이 TV기술을 바탕으로 80년대 초기 PC 모니터 시장을 장악했다면 대만이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90년대 모니터산업을 휩쓸었다. 2000년에 접어들어서는 가격경쟁력을 상실한 일본이 모니터 시장에서 물러나고 한국이 규모의 경제와 LCD부품 인프라를 내세워 모니터시장을 주도하는 형국이다.
특히 지난 1분기 실적 조사결과 국내 모니터업체들의 순항이 더욱 두드러지면서 이같은 현상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 브랜드까지 높인다=국내 모니터산업은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2강과 이미지퀘스트, 한솔전자, 대우전자, 오리온전기 등 4중, 그리고 LCD모니터를 중심으로 하는 후발 중소업체로 구성돼 있다.
한국 모니터산업을 이끄는 쌍두마차는 삼성전자와 LG전자다. 삼성전자는 13년간 전세계 모니터시장에서 1위를 유지해 왔다. 지난해는 2위 업체와의 격차를 수량기준으로 2배 가까이 확대했으며 LCD모니터 분야에서도 1위로 올라섰다.
LG전자는 지난해 1000만대 안팎의 매출을 기록, 생산대수 기준으로 3위에 내려앉았지만 올해 심기일전, 총 1400만대의 판매실적을 달성, 다시 2위 자리에 올라서겠다는 각오다.
특히 이 두 업체는 OEM비중이 절대적인 대만업체들과 달리 자가 브랜드 비중이 60%를 상회, 수익성과 안정성 측면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자가 브랜드 매출이 높기 때문에 한국 전자제품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도 효자 제품이 되고 있다.
또 고가 제품인 LCD모니터 매출이 큰폭으로 증가, 대만업체에 비해 수익성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지난해 대만 모니터업체들이 세계 메이저 PC업체의 판매감소로 매출, 수익성 모두 고전을 면치 못한 것은 대만업체들이 OEM 중심의 모니터사업에 한계를 보였다는 분석이다.
◇규모의 경제에 진입하는 중견기업=중견업체들도 생존을 위해 매출확대에 적극적이다. 100만대 이상씩을 생산해온 이미지퀘스트, 한솔전자, 대우전자, 오리온전기 등은 올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매출을 확대하고 있다.
후발 업체의 성장도 국내 모니터산업의 큰 힘이다.
아이엠알아이, 코니아테크놀로지, 비티씨정보통신, 에이텍시스템 등이 삼성전자, LG필립스LCD, 하이디스 등 세계적인 국내 LCD 패널업체들의 지원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새로 모니터산업에 뛰어든 삼보컴퓨터도 연 200만대를 상회하는 PC수출을 바탕으로 LCD모니터 수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TV기술과 미래 기술로 1위를 탈환하라=최근 디스플레이 산업은 모니터와 TV와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추세다. 국내 모니터업체들은 LCD모니터에 TV기술을 접목, 다양한 고부가가치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그러나 대만업체들의 경우 TV산업 기반이 없어 이 부분에서는 국내업체들에 크게 뒤처진 상태다. LCD모니터 겸용 TV시장이 유럽시장과 일본시장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어 이부분은 국내업체에 호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래 기술에 대한 투자도 활발하다. 삼성전자, LG전자, 삼보컴퓨터 등이 차세대 무선 신클라이언트인 ‘미라’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아이엠알아이, 에이텍시스템, 이미지퀘스트 등 중견모니터업체들이 무선웹패드와 같은 LCD 응용제품 기술에도 적극적이다.
다만 PC산업의 위축으로 모니터산업 전체의 전반적인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만큼 가격경쟁력을 어떻게 확보하는가가 국내업체들에 가장 큰 해결과제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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