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매도 속에 주가가 연일 급락하면서 주식시장의 조정국면이 길어질 것이란 전망이 늘고 있다.
외국인들은 미국시장의 약세 속에 10일에만 3245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우는 등 4월들어서만 총 1조원 이상의 주식을 순매도하고 있다. 이런 외국인들의 증시 이탈은 11일 옵션만기일을 앞둔 시장 불안요인과 맞물려 국내시장의 수급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그밖에 이라크 석유수출 중단에서 초래된 불안한 유가흐름과 정부의 경제정책이 최근 ‘부양’에서 ‘중립’으로 선회한 것도 증시에는 부정적 요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연일 돌출하는 코스닥과 벤처기업들의 불공정 행위도 투자심리를 냉각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이날 거래소시장은 32.64포인트(3.67%) 떨어진 856.03으로 마감, 주식시장이 본격적인 상승세를 나타낸 지난 10월 이후 처음으로 20일 이동평균선 아래로 떨어지며 시장의 불안감을 고조시켰다. 코스닥시장도 한원마이크로웨이브의 분식회계 적발 등 악재 속에 2.67포인트(3.10%) 내린 83.54로 장을 마쳤다.
외국인의 매도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크게 두가지로 풀이하고 있다. 또 외국인들의 매도성격에 따라 시장의 조정기간과 폭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첫째는 국내 주식시장이 그동안 다른 해외 증시에 비해 큰 폭 상승하면서 상대적으로 국내 투자비중이 높아졌으며 단순히 이를 조정하기 위한 물량 줄이기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럴 경우 시장의 조정폭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 많다.
두번째는 IBM·시스코 등 대표적인 정보기술(IT)기업들의 실적부진 경고가 이어지는 등 미국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많이 약해졌다는 풀이다. 나스닥은 최근 1800선마저 붕괴됐다. 미국 경기회복 속도가 둔화될 경우 IT수출을 통해 수익성 회복을 기대했던 국내 기업들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밖에 없으며 외국인들 또한 이를 감안하고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런 미국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 확대가 외국인 매도의 주요 원인이라면 시장의 조정폭과 기간은 더 길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김대중 SK증권 연구원은 “경기 호전과 기업실적 개선이 뒷받침되기는 했지만 국내 증시 상승은 자금 유입을 통한 수급상 요인이 강했다”며 “외국인 움직임에 따라 수급 불균형이 초래된 만큼 시장의 조정이 길어질 수 있으며 삼성전자의 동향에 초점을 맞춘 시장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강현철 LG투자증권 연구원은 “4월은 기업의 분기 실적 발표가 본격화되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시장 관심도 자연스럽게 거시적인 경기흐름보다는 미시적인 기업별 실적 개선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며 “1분기 실적호전을 알리는 기업이 시장약세 분위기 속에도 주가 강세로 부각되고 있다는 점에서 대형주보다는 실적호전 예상기업을 발굴, 이들을 중심으로 매매하는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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