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컨버전스 시대 본격화 의미

 삼성, LG전자 등이 내세우는 ‘디지털 컨버전스’ 전략은 디지털 가전시대를 주도하는 새로운 개념이며 생존철학이다.

 디지털 컨버전스란 사전적 의미로는 디지털 제품이나 기술간의 융합을 의미한다. 이는 기존 제품의 디지털화, 디지털 제품간 융합 등의 과정을 거쳐 궁극적으로는 광대역 네트워크의 통합을 통해 홈네트워킹 환경으로 집결됨을 뜻하기도 한다.

 삼성, LG 등 국내 가전업계는 물론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적인 AV 및 IT업체들은 이미 본격적인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에 대비해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복합기가 가능성 보여줬다=본격적인 디지털 컨버전스 제품은 아직 검증이 안된 상태여서 누구도 이 시장의 성장 여부를 점치기는 어렵다. 그러나 디지털 컨버전스라는 개념은 이미 두 개 기능을 한데 묶어놓은 일체형 ‘복합기기’의 등장으로 소비자들에게 어느 정도 친숙해진 상태다.

 프린터, 스캐너, 복사기, 팩시밀리 등의 기능을 하나로 묶은 복합 사무기기가 시장에 나와있고 PDA와 휴대폰을 하나에 통합한 제품, 오디오CD와 MP3파일을 동시에 들을 수 있는 MP3CDP도 자체적으로 시장을 형성했다.

 DVD타이틀을 VCR에 저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초기단계의 디지털 컨버전스 상품이라 할 수 있는 삼성전자의 DVD콤보가 미국시장에서 점유율 17%를 차지하는 등 크게 히트했고, LG전자의 콤비도 국내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시장성장은 누구도 예측 못한다=이처럼 단순한 일체형 제품의 대중화와 초기 제품의 히트로 본격적인 디지털 컨버전스 환경을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시장은 충분히 준비돼 있다. 품질만 보장된다면 이 부분에서 앞서나가는 국내기업이 해외시장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뜻이다.

 삼성전자 디지털비디오시스템(DVS)사업부 방문수 상품기획그룹장은 “영상기기와 저장매체 등 서로 다른 기기간의 융합현상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하드디스크드라이브를 탑재한 DVD플레이어 시장은 세계 DVDP 시장규모 3500만대 중 초기 50만대 가량으로 미미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시장추이를 지켜보며 전략을 다져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치열한 새로운 경쟁환경=컨버전스 시대는 의미 자체가 그러하듯 각 기기간의 영역과 경계가 허물어짐을 뜻한다. 영상 디스플레이 기기와 저장매체간의 결합, 정보기기와 통신망과의 연계 등으로 이어짐으로써 기업간 또는 서로 다른 사업부간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요하는 한편 업무영역 분담과 주도권 경쟁이라는 새로운 양상까지도 이끌어낼 수 있다.

 일례로 삼성전자가 일본 소니의 독자 저장매체인 메모리스틱을 채택키로 하면서 디지털 컨버전스 제품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지만 양사는 이 시장에서 서로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협력자면서 경쟁자의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하나의 기업에서도 서로 다른 사업부간에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영상이나 디스플레이, 백색가전, 정보통신, 반도체까지 첨단 산업분야를 모두 갖춘 삼성전자의 경우 디지털 컨버전스가 전사적인 목표이자 방향이라 할 때 각 사업부들은 이 부분에서 헤게모니를 쥐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본격화되면 산업환경이 바뀐다=디지털 컨버전스 환경의 도래는 단순한 제품간의 통합이 아니라 인간생활의 진화를 유도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제까지 생활에 필요한 기기가 단품 위주로 개발, 확산된 데 비해 앞으로는 각 기기의 데이터를 상호 호환함으로써 모든 작업을 네트워크화하게 된다. 이로 인해 소비생활의 변모는 물론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 등 산업환경의 변화까지 이끌어내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디지털 컨버전스는 단순히 가전업계만의 전략은 아니다. 광대역 네트워크인 초고속통신망과 디지털방송의 융합, 금융과 이동전화를 연결한 무선결제서비스, 자동차와 무선망이 융합한 텔레매틱스 등 디지털을 키워드로 한 ‘컨버전스’는 이미 각 산업분야에서 활발하게 진행중이다.

 <전경원기자 kwj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