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컨버전스(digital convergence)’ 시대가 본격화하고 있다. 그간 미래형 전략으로 소개됐던 디지털 컨버전스(융·복합) 개념이 실제 상품화로 이어져 국내외 시장에 선보임으로써 정보가전 시장의 본격적인 환경 전이가 시작됐다.
특히 DVD콤보, 프린터-팩스 등 초기단계의 복합기가 이미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면서 기반을 구축해 데이터 호환을 중심으로 한 진정한 디지털 컨버전스 제품의 소프트랜딩 전망도 훨씬 밝아졌고 소니, 필립스 등 세계 초일류기업과의 한판 승부도 볼 만하게 됐다.
11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LG전자, 필립스는 DVD,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메모리스틱, 셋톱박스 등 서로 다른 디지털 기기를 결합해 하나의 제품으로 선보이고 한 발 더 나아가 각 기기의 데이터를 상호 호환할 수 있는 업그레이드된 제품 출시도 서두르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우선 영상기기간의 데이터 호환에서 시작해 냉장고와 세탁기, 전자레인지 등 백색가전 제품과도 접목한 홈네트워킹 환경을 예고하는 시발점이 될 전망이어서 주목된다.
삼성전자, LG전자, 필립스 등 3사는 DVD플레이어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컨버전스 제품 개발 및 출시에 적극 나섰다. 삼성은 DVD플레이어와 HDD를 결합한 제품을 개발, 오는 5월 유럽지역을 중심으로 수출에 나서고 국내 시장에는 7월부터 시판할 예정이다. 삼성은 이 제품을 올해 20만∼30만대 생산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소니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5월중 메모리스틱을 복합화한 DVD플레이어도 국내에 선보일 예정이다.
LG전자와 필립스 역시 동일한 컨셉트의 제품을 6월말까지 개발 완료하고 국내외 시장에 공급키로 했다. LG전자는 시장상황을 주시, 메모리스틱 외에 또다른 저장매체와 DVD를 결합한 신제품 출시도 추진하고 있다.
또 삼성과 LG는 △DVD와 셋톱박스를 결합한 일체형 제품 △DVD, HDD, 메모리스틱, 셋톱박스 등을 모두 융합한 제품도 기획중이어서 공간효율성과 데이터 호환성을 모두 확보한 진정한 디지털 컨버전스 제품이 연말까지 쏟아져 나올 전망이다.
DVD와 HDD 융합 제품을 이용하면 DVD 타이틀 또는 디지털TV를 통해 방송되는 방송 프로그램을 하드디스크에 저장한 후 재생도 가능하다. 이 제품에는 40Gb의 HDD를 탑재, 20여개 타이틀을 저장할 수 있다.
메모리스틱은 소니가 독자 개발한 저장매체로 이를 채택할 경우 캠코더나 노트북PC 등에 저장된 데이터를 DVD와 연결된 TV를 통해 볼 수 있게 된다. 디지털캠코더로 찍은 파일을 포토앨범으로 만들어 TV를 통해 재생하는 등의 작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진대제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 총괄 사장은 “디지털 시대에는 제품간의 결합이 용이해 디지털 컨버전스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으며 이는 단순히 하드웨어간의 결합이 아닌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형태로 인간의 생활 자체를 변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전경원기자 kwj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