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주기에는 아깝고 내가 먹자니 손해고….’
한국방송(KBS)이 디지털 아카이브시스템 구축사업 발주를 계기로 올해 방송SI 시장의 최대 이슈로 떠오른 디지털아카이브시스템 수주 경쟁의 막이 올랐다.
KBS의 제안서 마감을 하루 앞둔 11일 삼성SDS·LGCNS·SKC&C·쌍용정보통신·대우정보통신·현대정보통신·한국IBM 등 국내 SI업체들은 저마다 파트너 확보와 응찰가격 책정 등 막바지 제안 작업에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그러나 대다수 업체들이 핵심 솔루션을 고가의 외산에 의존, 구축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다 예가 또한 시스템 장비구매 가격에도 못미치는 낮은 수준으로 알려져 수주업체가 실질적인 수익을 얻기란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여기에 일부 업체들은 손해를 무릅쓰고라도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마진을 고려하지 않은 저가 경쟁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이 때문에 KBS로부터 제안요청서를 받은 9개 업체 중 포스데이타는 입찰을 포기하기로 했고 KCC정보통신도 숙고 끝에 입찰을 포기하는 쪽으로 기운 것으로 알려졌다.
입찰 참여를 결정한 업체들도 고민은 마찬가지.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스템 구축에 들어가는 장비 구매 비용만도 50억원에 달하는데 이번 프로젝트 예가가 40억원 안팎으로 알려져 곤혹스럽다”고 토로했다.
외산 솔루션 채택에 따른 부담도 업체들의 고민을 가중시키고 있다. 실제로 LGCNS와 삼성SDS를 제외한 모든 참여 예상업체들이 외산 솔루션을 채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쌍용정보통신 장인준 부장은 “방송사고가 치명적인 손해로 이어지는 방송시스템의 특성상 해외 레퍼런스 사이트를 확보한 외산 솔루션 도입이 불가피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디지털아카이브시스템 구축과 관련한 노하우가 턱없이 부족한데다 솔루션을 확보한 기업이 한정돼 있어 해외 업체가 파트너십을 위해 내건 조건이 여간 까다롭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또다른 업체 관계자는 “디지털 아카이브 시장 선점을 위해 손해를 감수하느냐 아니면 시장 진출 자체를 포기하느냐를 두고 기로에 선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윤아기자 forang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