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토피아>원숭이 사냥

 ◇원숭이 사냥 / 콜린 터너 지음 / 이민아 옮김 / 창해 펴냄

 

 고전에서 깨닫는 삶의 지혜는 시간이 갈수록 그 빛이 살아난다. 숨가뿐 디지털시대에 잠시 한숨 돌리고 자신의 자리를 가늠하며 잠재된 힘을 고양시켜보고 싶은 경영자라면 그런 고전을 만나는 것이 고맙기조차 하다.

 ‘원숭이 사냥’은 전국시대 도가계열의 사상가 위자의 철학과 지혜를 호랑이·독수리·거북·쥐·전갈 등 12가지 동물의 우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되살리고 있다. ‘위공자병법’의 주인공이기도 한 위자의 사상을 2500년이 지난 지금 마이크로소프트, 화이자제약의 컨설턴트 콜린 터너가 논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흥미롭다.

 우화 속 동물의 수는 십이지신을 연상시키지만 종류는 다르다. 각각의 이야기는 다음의 화두로 모아진다. 우리는 왜 지금 호랑이를 올라타고 거북을 기다리며 쥐와 싸우고 원숭이 사냥에 나서야 하는가. 그런 선문답을 주고 받는 겸허한 마음으로 한장한장 책장을 넘기다 보면 새로운 경영정신과 무한한 잠재력 개발이라는 문제에 다다르게 된다.

 열두굽이 이야기의 시작은 예의 호랑이다. 중국 고대의 유명한 상인 혜능은 ‘기업을 운영하는 것은 호랑이를 타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너무 재촉하면 호랑이의 힘이 다해 땅바닥으로 굴러 떨어질 것이고, 너무 천천히 가면 올라탄 사람의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호랑이가 갑자기 밀림으로 돌진하게 된다는 점이 그러하다는 것이다.

 무릇 기업의 미래는 같은 시간에 이뤄지는 다른 선택에 크게 좌우된다. 따라서 뛰어오르거나 뛰어내릴 시점을 정확히 판단하고,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의 양을 가늠함으로써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것이 모든 경영자의 필수적인 요소다.

 여기에 자신의 열망을 호랑이에게 그대로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이 보태진다면 호랑이는 이제 뛰는 것이 아니라, 공기를 가르며 날게 될 것이다. 이 대목에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회사의 향방에 마음을 쓰는 직원이 한 명만 있어도 그 기업은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저자의 컨설팅식 독법이 마음에 와닿는다.

 이렇게 발현된 잠재력이 적시적지를 포착하는 능력과 결합될 때 최대치의 성과를 발휘한다. 거북의 신비스러운 순간에 대한 이야기를 따라가보자.

 망망대해에 동그란 테 하나가 있다. 한 동물이 껍질을 깨고 대나무 테에 목을 들이민다. 이 완벽한 결합의 순간에 바다거북은 공중으로 솟아오르고 위자는 이 장면에 빗대어 ‘모든 것에는 때가 있으며 자연의 순리를 거슬러 강요된 것은 왜곡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적시를 알아내는 예지를 키우기 위해서는 ‘지금 이 순간’을 받아들이는 갈대의 유연함도 필요한 법이다. 이는 또한 현재 일어나는 일이 과거에는 변화의 징후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상승과 하강의 주기를 겪지 않는 개인이나 기업은 없다. 그렇기에 미래를 준비하는 것과 미래를 걱정하는 것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거북의 지혜는 꼭 필요하다.

 이제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원숭이 사냥에 나설 차례다. 원숭이는 맛있는 먹이 앞에서 까불다가 그것이 가시투성이인 산사나무임을 발견했을 때 자기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는 불리한 상황임을 알아차리고 아주 조심스럽게 전후좌우를 살피며 벌벌 떤다. 위나라 왕은 신하들에게 이것은 자신에게 오히려 해를 끼치고 있는 인간의 자아에 대한 은유라고 말한다. 진정한 자아를 밝혀내기 위해서라면 자신의 본질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불필요한 잉여를 생산하는 ‘마음 속의 원숭이’를 사냥하는 결단이 요구된다.

 인간의 마음 속에는 ‘에고’라는 원숭이가 살고 있다. 본질에서 벗어난 외적 욕망이자 경쟁적이고 독단적인 에고는 뿌리기보다는 거두는 일에 더 많은 관심을 둔다. 직위나 명성이라는 형식 속에서 자신을 거짓 존재로 만들어 나가는 일에만 파묻혀 버린다면 애시당초 거대한 비상을 꿈꿔서는 안될 일이다.

 저자의 지적처럼 이 책 ‘원숭이 사냥’은 12개의 두루마리 형태로 심원한 비밀을 풀어나가면서 잊혀진 연금술을 훌륭하게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