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션 이금룡 사장, 김종래 저 ‘유목민이야기’를 읽고
나는 기본적으로 몽고와 유목민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몽고리안의 유목과 기마근성이 우리민족 형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 지난 97년 4월에 방영된 KBS의 ‘황남대총의 비밀’이라는 프로를 보면 신라 대고분에서 금관이나 금장식, 말 형상의 각종 조각물이 발굴되고 있는 것도 고구려뿐 아니라 신라까지도 유목, 기마문화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칭기즈칸의 제국건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책가운데 최근 김종래씨가 지은 ‘유목민이야기’만큼 설득력 있는 책을 보지 못했다. 이 책은 유목의 출현에서부터 13세기 몽골제국까지 유라시아 대륙을 가로지른 질주의 문명사를 세세하게 다루고 있다. 특히 재미있는 것은 유라시아 대륙을 가로지르는 대제국을 건설하는 과정이나 전략이 지금의 IT기술이나 벤처정신과 결부시켜 읽어볼 경우 그 흥미가 가미된다는 것이다. 또한 이 책은 칭기즈칸이 광대한 대륙을 석권할 수 있었던 성공요인을 여러 측면에서 다루고 있다. 첫째, 성을 쌓고 사는 자는 반드시 망할 것이며 끊임없이 이동하는 자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는 것이다. 성을 쌓는 사람은 정착문명의 과거형 인간이고 길을 닦는 사람은 유목 이동문명의 미래형 인간이다. 벤처시대 CEO는 길을 닦는 미래형 인간이 돼야 한다는 말이다. 둘째, 모든 이익은 함께 나누라는 것이다. 칭기즈칸은 철저하게 개별약탈을 금지했다고 한다. 개별약탈은 조직의 결속력을 떨어뜨리고 구성원의 신바람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전쟁의 공을 세운 순서에 따라 전리품을 나눠 갖게 했다. 그러기 위해 칭기즈칸은 항상 검소하게 살았으며 부하들과 똑같이 입고 자신의 것을 부하들과 공유했다는 것이다. ‘능력 중심의 공정한 분배’는 벤처문화가 지향하는 덕목인 것이다.
셋째, 속도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조건이라는 것이다. 유럽기사단의 갑옷과 무기의 무게가 70㎏인 데 반해 원거리를 이동해야 했던 칭기즈칸의 군사장비는 7㎏에 불과했다. 또 잠자리 겸 숙소인 ‘겔’은 설치와 철거가 용이해 속도전에 이길 수 있었던 바탕이 됐다고 한다. 빠르게 변하는 경영환경에 대처해야 하는 벤처경영과 유사한 부분이다. 넷째, 칭기즈칸식 정보전달체계인 역참제를 통한 정보화의 승리를 들고 있다. 칭기즈칸은 13세기에 이미 인터넷통신망을 구축했다는 것이다. 그것이 ‘역참제’다. 역참제는 초원의 유목제국에서 수천개로 역이 점점이 흩어져 있어 속도감 있게 다자간 정보교환을 이뤘다는 것이다. 네트워크 사회의 중심에 있는 벤처CEO. 지금 우리의 벤처기업, 아니 벤처 CEO들은 광활한 초원에 우뚝선 칭기즈칸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필자가 이 책을 권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