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인터넷 변환기술 국제표준 채택 배경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IPv4와 IPv6 변환기술이 국제표준으로 채택됨에 따라 우리나라 인터넷분야 표준화 전략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우리나라는 이로써 기술자립도를 높일 수 있게 됨은 물론 차세대 인터넷분야에서도 일본을 제치고 인터넷강국을 실현할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또 그동안 국제단체 관여, 호환성 테스트 등 소극적인 표준화 활동에서 벗어나 표준안 마련 및 기술제안과 같은 공격적인 활동을 펼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IPv6, 무선플랫폼, 숫자도메인 등 차세대 인터넷분야에서 우리나라의 국제표준화 활동이 두드러지고 있다.

 ◇IPv6 분야=이번에 국제표준으로 채택된 ETRI 기술은 ‘IPv4/IPv6 변환기술’이라는 점에서 차세대 인터넷 프로토콜인 IPv6에서 기술적 우위성을 확보하게 됐다. 이 기술만으로도 통신장비, 네트워크장비, 통신시스템 분야에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데다 기반기술로서 IT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차세대 인터넷 표준화는 변환기술에 이어 애플리케이션 분야로 확대될 전망이다.

 ETRI는 이에 맞춰 정보통신부 국책과제의 일환으로 일반기업과 IPv6분야 공동 연구개발 과제를 마무리짓는대로 인터넷국제표준화기구(IETF)의 워킹그룹을 통해 표준안을 제안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향후 새롭게 표준안 채택이 기대되는 기술은 ‘차세대 인터넷망에서의 이동통신서비스 개발 및 구현’ ‘IPv6기반의 자동 네트워킹 기술’ 등이다.

 ◇무선인터넷 분야=이달초 국내 무선인터넷 플랫폼 규격이 최종 확정됨에 따라 국산 플랫폼이 퀄컴과 선마이크로시스템스 등 국제표준 주도를 꾀하려는 주요 해외업체들과 치열한 표준화 경쟁을 벌이게 됐다. 정부는 그동안 국내 중견업체들이 주도해온 비표준화된 무선플랫폼으론 이들 해외업체와 맞경쟁을 벌이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이달초 무선인터넷포럼을 통해 표준규격을 확정지은 데 이어 표준규격을 기반으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려는 업체를 대상으로 40억원의 자금을 지원키로 했다. 아울러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와 공동으로 이동통신표준그룹 3GPP에 표준규격 제안을 준비중이다.

 퀄컴 등 해외업체들도 국내 무선인터넷시장이 세계 최대시장이자 시험무대인 만큼 국내 이동통신서비스사업자를 대상으로 치열한 마케팅을 벌이고 있어 주목된다.

 현재 표준화 경쟁의 관건은 향후 출시될 국산플랫폼을 이동통신사업자들이 채택할 것인가에 달려있다. 하지만 국산 플랫폼이 이와 상관없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퀄컴과 선마이크로시스템스 등 세계적인 기업과 표준화 경쟁을 겨룰 수 있는 경쟁력은 확보한 셈이다.

 ◇숫자도메인 분야=올 상반기를 기점으로 세계 최대 도메인업체인 미국 베리사인과 한국인터넷정보센터(KRNIC)가 숫자도메인 분야에서 표준화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베리사인은 오는 15일부터 5자리 숫자로 도메인을 표시하는 숫자도메인(웹넘) 등록을 실시하고 다음달부터 웹넘서비스를 개시함으로써 숫자도메인 분야에서 표준화를 주도한다는 전략이다. 베리사인은 특히 전세계 21개 국가에서 이미 웹넘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글로벌한 사업전략을 내세워 국내 숫자도메인 분야를 선점할 태세다. 올 하반기 지사 또는 연락사무소 등 국내 직접진출을 도모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사업전략의 일환이다.

 반면 한국인터넷정보센터는 이동통신3사, 한국소비자보호원 등과 공동으로 ‘무선인터넷 접근번호체계 협의회’를 구성하고 오는 6월 서비스를 목표로 현재 숫자도메인(윙크 WINC) 서비스 표준안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인터넷정보센터는 이동통신3사와 제휴계약을 맺음으로써 베리사인과 충분한 표준화 경쟁을 벌일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베리사인이 21개국의 글로벌화한 서비스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가입자는 미미하기 때문이다. 한국인터넷정보센터는 반면 이동통신3사에 가입한 회원을 등록자로 전환할 경우 베리사인 전체 웹넘서비스 이용자에 버금가는 윙크서비스 이용자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양측은 ‘세계 최대 무선인터넷시장을 형성한 국내에서 우위를 확보하는 것이 곧 세계표준화를 주도하는 것’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어 향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신영복기자 yb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