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와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간 매각·인수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마이크론이 최근 도시바의 일본내 D램 공장을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져 하이닉스 매각 협상에 빨간불이 켜졌다.
마이크론은 지난해 12월 도시바의 미국 도미니온 공장을 인수하면서 매각대금 2억5000만달러를 지급하는 대신, 공동기술개발은 물론, 원할 경우 추가적으로 나머지 D램 설비를 인수할 수 있다는 옵션을 제시했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마이크론은 하이닉스와의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자 지난달 말까지 도시바에 입금 완료하기로 한 매각대금 납입일을 늦추면서 도시바와 일본내 D램 공장 추가매입 협상을 진행중이라는 설이 파다하다.
그러나 하이닉스 채권단은 “협상은 계속 진행중이며 시간이 걸릴 뿐”이라고 밝히고 있고 채권단 주변에서도 외환은행장에 내정된 이강원 LG투신운용사장이 ‘해결사’로 나서 지지부진한 매각협상에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200㎜ 7개보다 300㎜ 신규 투자가 낫다=마이크론이 도시바의 일본내 D램 공장을 인수하려는 배경에는 하이닉스와의 협상이 장기화되면서 실기(失期)를 우려한 두려움이 적지않게 도사리고 있다. D램 시장 회복세를 따라잡지 못할 경우 앞으로 삼성전자를 더이상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는 패배주의가 마이크론내에 팽배해 있는 것이다.
더욱이 최근 삼성전자가 300㎜ 웨이퍼 생산 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마이크론의 반응은 한마디로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마이크론은 현재 미국 아이다호주 보이시에 지난해 11월 가동을 시작한 300㎜ 시험팹만 갖고 있다. 당초 300㎜ 전용공장을 짓기로 했던 유타주 리하이에는 클린룸조차 완공하지 못한 채 미루고 있다.
업계는 하이닉스와의 협상이 지연되고 삼성전자의 지배력이 점차 강해지는 상황에서 마이크론이 200㎜팹에 머물고 있는 하이닉스보다는 300㎜ 전용팹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 더 이득이라는 판단아래 도시바측에 접근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에따라 마이크론이 도시바로부터 인수한 도미니온 공장에 300㎜팹을 신설하고 나머지 부족한 생산량은 일본내 200㎜ 공장을 활용하다가 중단하는 이른바 히든 카드를 내놓을 개연성도 없지않다는 게 업계관계자들의 관측이다.
◇협상 진행중이나 타결 가능성 더욱 낮아져=하이닉스 채권단은 11일 “협상은 여전히 진행중이며 일본 D램 공장건으로 마이크론이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게 아니냐에 대해서는 어떤 확인도 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채권단 실무 관계자는 “ 이달초 보낸 수정제안에 대한 마이크론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며 “마이크론의 도시바와의 협상은 도미니온 공장건을 마무리하기 위한 수순으로 알고 있다”고만 말했다.
물론 마이크론 역시 협상 중단을 선언하거나 도시바와의 추가 협상을 공식 발표하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협상 조건에 대한 포괄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는 최근의 지지부진한 상황은 결국 불발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연수 외환은행 부행장이 박종섭 하이닉스 사장에게 마이크론의 의지를 파악하기 위해 스티브 애플턴 마이크론 사장을 금명간 만나 협상 조건을 다시 조율해 보도록 권면한 것도 업계는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채권단은 이강원 외환은행장 내정자가 하이닉스 처리 문제에 나름대로의 역할을 위임받고 온 만큼 새로운 카드를 들고 나와 이번 협상에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