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정보화는 지금부터

◆서삼영 한국전산원장 ssy@nca.or.kr

 

 요즘들어 정보통신 관련 민관 기관 모두 무척 바쁘다. 선후진국의 정부인사들과 기업대표들이 우리를 보고 배우는 것은 물론 우리와 상호 협력을 위해 시도 때도 없이 밀려들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한국의 정보통신에 대하여 OECD는 물론 빌 게이츠·앨빈 토플러·독일 총리 슈뢰더 등도 한국이 여러 면에서 세계 최고임을 인정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을 다녀갔던 빌 게이츠가 소니 이데이 회장을 만나 “이제 미국과 일본은 한국을 따라잡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한국은 과연 이제 자만해도 좋을 만큼 명실공히 정보화를 이루어 냈는가. 아니다. 왜냐하면 기반이나 양적인 측면에서는 다른 나라들이 부러워할 만큼 최상위 수준이나 우리나라의 종합적 정보화 순위는 19위나 20위에 머물러 있다. 권위 있는 스위스의 IDC의 발표도 그리고 한국전산원의 발표도 이를 증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진정한 선진국으로의 진입이 가능한가. 우선 정보화에 대한 질적 전환이 필요하다. 이에 따른 정책의 전환도 요구된다. 우리는 8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기술개발이나 채택이 주를 이루고 이들의 사회에의 적용은 종에 머물렀다. IT산업육성 중심의 정책이었다. 그러나 기술 중심의 정책은 IT산업만을 성장시키고자 한다는 오해의 소지도 있고 또 이제부터는 그 효과도 ‘한계적(Marginal)’일 수밖에 없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이제는 IT가 여타 산업전체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접근해야 하고 더 나아가 교육·국민 생활·행정 등 국민의 일상생활에서 부가가치 창출과 직결된 방향으로 정보화를 추진해야 한다. 생산성 증대, 비용의 감소, 경쟁력의 강화, 투명성의 증대, 새로운 기회의 창출, 타인에 대한 서비스의 증대와 직결된 정보화가 중점 추진돼야 한다.

 둘째 우리는 정보통신기술이 타분야 발전과 변화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는 시점이 바로 지금부터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사실 기술은 사회가 원하는 방향으로 진보한다. 그러나 어떤 기술이든지 사회의 기반이 되고 견인차가 되는 데는 대개 50년의 세월이 걸린다는 것이 경험적 통설이다. 인쇄술·증기기관·철도·전기·전보·전화 등 사회 변화의 원동력이 된 기술들이 공히 그러했다. 정보통신기술 발전사를 시간 면에서 보면 ‘애니악’이라는 최초의 컴퓨터가 등장한 지 50년이요, 인터넷이 등장한 지는 33년이 흘렀다. 완전하지는 않지만 이제는 정보통신기술의 보편적 적용이 가능한 시점에 도달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상기 핵심 기술들은 새 기술의 등장-열광적인 투자 단계-거품제거에 의한 파국(crash)단계를 거쳐 진정한 새로운 사회의 기반으로의 정착단계(buildout stage)로 이어진다.

 셋째 연결기술(connection technology)적 특성을 지닌 정보통신기술에 있어서는 선점이 결정적 변수로 작용한다. 연결기술은 공간 선점 경쟁이 필연적이다. 공간재는 유한하기 때문이다. 이는 같은 연결적 속성을 지닌 철도가 역사적으로 증명해 주고 있다. 따라서 정보화는 ‘따라잡기’ 전략이 아니라 선점 전략이 유효하다는 인식 아래 우리는 가치창출과 직결된 경험 축적을 통해서 국내 공간은 물론 지구촌 공간도 적극적으로 공략해 가야 한다. 정부는 사이버코리아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한후, 향후 5년간 추진할 정보화 기본 계획을 수립 중에 있다. 이 계획은 위에서 지적한 사항들이 반영되어 수립되고 시행돼야 한다. 기술중심에서 경제·사회·행정·교육 전반의 시스템 재배치를 통한 가치창출 중심의 정보화를 추진하고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시작하여 우리나라를 세계 최고의 정보사회 또는 지식기반사회로 만들며 더 나아가 유한한 지구촌 공간을 선점하여 글로벌 리더로 도약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