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도 절도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2월 초 고려대 이공대 캠퍼스 내에 위치한 학사행정처리 사무실에 밤새 도둑이 침입, 내부에 비치된 펜티엄급 컴퓨터에서 CPU 등 수십만원 대의 부품을 도난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고대 캠퍼스에서 발생한 도난사고는 수십건으로 피해액만 약 4000만원에 이른다고 한다.
사태가 이 정도에 이르자 고대측은 최근 자연계 캠퍼스에 전문용역 경비업체를 두거나 무인경비 시스템을 설치하는 방안 중 하나를 추진하기로 입장을 정하고 다음달에 최종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컴퓨터 부품과 각종 물품이 도난당한 데서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은 차치하고서라도 각종 연구성과를 한순간에 날려버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결과다.
그러나 캠퍼스 내 도난방지를 위한 각 대학측의 대응이 아직까지는 소극적이다.
연구 때문이건 학생활동 때문이건 늦은 시각까지 건물을 출입하는 학생들이 많은 대학에서 도난방지책이라는 명목으로라도 이를 규제할 경우 항의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때문이기도 하지만 만만치 않은 경비문제도 주 요인이다.
서울대는 지난해 이후 모 학과 사무실에서 컴퓨터 CPU와 하드디스크 등 고가의 주요 부품이 도난당했고 공대에서도 노트북 2대가 도난당했지만 대학 차원의 종합적 방범대책은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방범대책이 야간시 출입문을 한 곳으로 하고 실험실별로 개별적으로 카드키를 장착하는 수준인 공대의 경우, 최근 무인 경비시스템의 도입을 검토했지만 비용상의 문제로 구체적 설치계획을 세우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양대 공대의 경우에도 컴퓨터 부품 도난사고가 적지 않음에도 무인경비 시스템은 박물관 등 소수시설에만 설치돼 있어 교내에 입주한 벤처기업들은 자신들의 연구실에 자체적으로 무인 경비시스템을 설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려대 총무처의 한 관계자는 “연구 및 학생활동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원칙을 흔들 수는 없겠지만, 자꾸만 늘어가는 도난피해를 수수방관할 수 없는 대학입장에서는 경비용역업체 고용이나 경비시스템 채택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