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컴퍼니>출연연의 수지침 전문가 2인방

 ‘대덕연구단지 연구원들의 건강은 나에게 맡기시오.’

 대덕연구단지에는 ‘연구원들의 허준 선생’으로 통하는 수지침의 대가가 두명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소 원자력화학연구팀의 박영재 박사(47)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인력관리실장인 조철호 박사(45)가 그들.

 이들은 가벼운 복통이나 두통을 호소하는 환자가 발생하면 즉석에서 수지침을 꺼내들고 응급처치를 해낼 만큼 전문가의 경지에 도달한 프로들이다. 연구원들 사이에선 술병만 나도 이들을 찾아갈 정도로 ‘건강 해결사’로서 이름이 꽤 알려져 있으며 직장생활에 생기를 불어넣는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 두 사람 덕분에 최근 대덕연구단지에서는 수지침 요법 강좌를 수강하려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고 한다.

 문화 시설이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떨어지는 대덕연구단지의 경우 끼리끼리 모여 술자리로 몸과 돈을 축내기보다는 자기 수련과 가족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수지침이 여가 활용의 대안으로 자연스럽게 인기를 끌며 수강그룹이 형성된 것.

 KAIST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박사학위를 받은 박 박사는 수지침이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던 지난 83년부터 독학으로 침술을 터득, 시술해온 베테랑 침술사.

 수지침 외에도 6각수 이론에 정통해 있는 박 박사는 오링테스트에도 국내에서 몇 손가락안에 꼽힐 정도의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다. 사람의 몸에서 풍기는 휴먼 필(사람에게서 풍기는 기)만으로도 상대방의 건강 상태를 파악, 즉석에서 처방전을 내놓는다.

 사실 ‘무협지’에나 나오는 이야기지만 박 박사는 호흡법에도 상당한 경지에 올라있다. 몸과 혼을 분리하는 유체이탈이 석문호흡의 마지막 경지인 15단계라면 박 박사는 임독양맥을 타동하고 기를 몸에서 소주천시킬 수 있는 5단계 수준에 도달해 있다고 한다.

 “KAIST를 졸업한 뒤 첫 직장인 과학기술부에 들어갔는데 울진으로 발령이 난 것입니다. 이곳은 워낙 오지라 인근에 병원도 없어 마을 주민들을 상대로 수지침 시술을 하기 시작했죠. 이것이 인연이 되어 지금도 연구소내에서 찾아오는 사람들을 물리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박 박사가 자신의 본업인 핵연료 피복관 연구를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니다.

 박 박사가 끼있는 천재형 침술가이자 도인형이라면 ETRI의 조철호 박사는 염파요법을 터득, 인터넷을 통해 수지침의 효험을 전하는 노력형 ‘사이버 침술가’라 할 수 있다.

 “군에 간 자녀가 아플 때 염파를 보내 뜸을 뜨고 침으로 고치는 단계를 넘어서면 인터넷상의 손모형도만 보더라도 상대방을 시술할 수 있게 됩니다. 이른 바 사이버 수지침 단계에 입문하는 것이죠.”

 조 박사가 처음 수지침에 손을 댄 계기는 단순하다. 병원치료를 해도 낫지 않는 아내의 류머티스 관절염을 치료해주기 위해서다.

 아내사랑이 끔찍한 조 박사가 2년에 걸쳐 수지침의 초·중·고급 수준까지 모두 수료한 뒤 치료한 환자는 줄잡아 300명이 넘는다.

 ETRI 근무경력만 20년인 조 박사는 수지침 외에도 팔방미인으로 통한다. 검도가 4단, 태권도 2단, 주산 5단에 음양맥진반 수지침 수료증, 특수무선기사 자격증, 위험물 취급 2급기사, 교사 자격증,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인 세븐해빗강사 자격증까지 혀를 내두를 정도.

 “주말엔 가족들이 모두 어디로 놀러갈 궁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시립도서관으로 향합니다. 공부하려면 할 수 없어요.”

 처음엔 아이들의 불만도 많았지만 같이 점심과 저녁을 먹고, 산책도 하다보니 그런대로 익숙해더라는 것이 조 박사의 설명이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