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과학기술분야 국제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수 증가율에서 우리나라가 세계 수위를 차지하는 등 일부 양적인 측면에서는 국내 대학(원)의 발전이 이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문가와 학계 관계자들은 국내 대학원의 미래에 관한한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실질적으로 대학원의 미래를 짊어질 학생과 교수 요원이 부족한데다 이를 개선할 뚜렷한 대책이 교육당국이나 학교 등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 및 학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점을 고려해 세계화를 대비한 대학원 마스터플랜이 필요하며 특성화 대학원 중심으로 대학원의 기능을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교육인적자원부가 앞장서 대학원을 연구중심 기능의 중추기관으로 육성하기 위한 정책을 발굴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인력관리를 포함한 장기플랜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현실적인 해결책이 우선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먼저 절대 부족한 재원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학계 인사들은 공통적으로 지적한다. 연구비의 경우 특히 그렇다. 현재 교육부에서 책정한 연구비의 경우 학생 1인당 인건비는 겨우 20만∼30만원선. BK21에서는 박사인력의 경우 60만원선을, 석사과정의 학생의 경우는 20만원을 연구비로 책정해놓고 있다.
이 정도 금액이라면 생활비는커녕 등록금도 해결할 수 없는 액수다. 학계에서는 박사 1명의 인건비를 적어도 2000만원 정도는 책정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야만 연간 1000만원에 가까운 등록금을 해결하고 더 나아가 교재비라도 충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연세대 박사과정을 이수 중인 K씨의 경우 등록금은 물론 생활비까지 조달하려다 보니 학과공부에 매진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우선 박사과정의 경우 최소한 등록금이라도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 학계의 주장이다.
정보통신부에서 IT인력 양성책의 하나로 국비 유학생을 내보내는 것도 효율성을 고려하면 재원낭비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만5000달러나 되는 외화를 지원해 해외로 유학생을 내보내는 것보다는 오히려 그 돈을 국내 대학원에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K대의 한 교수는 “해외에 국비 유학생으로 나갈 정도의 실력을 갖춘 학생이면 해당 대학에서 주는 장학금을 받고도 남는다”며 “그러나 미국 내 대학의 경우 국비 유학생에게는 오히려 장학금 혜택을 주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왜 굳이 지원하려는지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더구나 해외에서 공부한 학생의 경우 국내 취업을 하려고 해도 일자리가 없어 해외에 눌러앉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지적이다. 선진이론을 학습시키기 위해 해외유학을 장려했으나 오히려 우수인력을 해외로 내보내는 장치로 전락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다보니 우수대학의 인력은 해외로 빠지고 이른바 좀더 우수한 ‘상위권’ 대학으로 가려는 학생들의 ‘학적이동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박승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