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인 더 뉴스>곽성신 신임 벤처캐피털협회장

◆신임 벤처캐피탈협회장 곽성신 우리기술투자 사장

 

 ‘벤처캐피털산업의 국제기준(글로벌스탠다드)화와 윤리의식 고양’

 벤처기업협회 신임회장으로 선임된 곽성신 우리기술투자 사장(52)이 취임과 함께 제일 먼저 강조한 두가지 협회 운영기준이다. 이는 그동안 터진 벤처캐피털 관련 사건들과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그러나 곽 회장은 각종 벤처비리가 일상처럼 비춰지고 있는 가운데서도 향후 벤처시장에 대한 평가는 매우 긍정적이다. ‘비온 뒤 땅이 더욱 굳어진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번 기회를 계기로 벤처시장 전반에 걸친 M&A관련 의혹, 투자비리, 벤처지원기관에서 파생되는 비리문제는 척결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벤처캐피털 산업 자체가 한단계 도약하기 위한 ‘성장통(?)’을 겪고 있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곽 회장은 벤처캐피털산업이 도약하기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과 실천이 우선돼야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벤처시스템이 바뀌고 국내 시장이 성숙하면 이러한 비리들이 발 붙일 곳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벤처캐피털 시장은 예전에 미국이 70년대 말 체험했던 과정을 지나면서 벤처펀드 중심 파트너제 컴퍼니로 변해가고 있다. 이렇게 급변하는 벤처캐피털 시장의 움직임에 따라 곽 회장은 올해를 벤처캐피털 시장이 프로패셔널 벤처케피털로 성장하는 과도기가 될 것으로 예견한다.

 국내 벤처캐피털 시장은 저금리와 외환위기가 기폭제 역할을 했다. 하지만 ‘벤처열풍’은 지난 몇 년을 지나면서 벤처거품으로 사라졌다. 곽 회장은 이미 기존 인터넷 기업중 경쟁력이 없는 회사 30%가 탈락했고, 이는 버블이 충분히 인식된 상태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연기금을 통한 자금유입과 벤처시장에 대한 인식 전환등이 지렛대로 작용돼 올 한해는 진정한 의미의 벤처캐피털들이 자리를 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벤처캐피털은 오너의 결정에서 좌지우지되는 현실에서 탈피해 프로페셔널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이 주도하는 전문집단으로 탈바꿈해야 합니다” 곽 사장은 오너가 경영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이 회사결정을 주도할 때, 비로소 현재 미국과 같은 파트너쉽 회사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유능한 전문가들이 필요한 국내시장에 심사역들에게 충분한 성과 보수를 지급하지 않은 채 고정급여만 지급하다 보면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 문제는 당연히 일어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막기 위해서는 벤처캐피털 전체의 운용과 구조가 과거와는 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 임직원의 동반투자가 금지되고 도덕적 해이가 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인재유치’와 ‘성공보수’ 체계 도입이 필수라고 지적한다. 임직원들의 동반투자를 막는 대신 펀딩에 따른 성공보수체계를 지급하자는 것이 곽 회장의 생각이다. 이는 글로벌 스탠다드한 운용체계를 갖추자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투자조합의 운용을 국제기준에 맞추기 위해 협회차원에서 기준과 원칙을 정할 것입니다.”

 곽 회장은 투자조합에 기관이나 외국자본을 참여시키려면 국제기준(글로벌스탠더드)에 맞는 운용원칙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지금까지는 투자조합이 해산된 뒤에야 수익을 알 수 있었지만 분기별로 실적을 알 수 있도록 공표하는 등 펀드운용의 기준을 제시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곽 회장은 또 최근 벤처기업과 벤처캐피털과 관련해 연이어 사건이 터지고 있는 상황과 관련,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윤리위원회를 강화해 벤처투자와 관련해서 잡음이 날 수 있는 것을 봉쇄하고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는 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벤처기업에 대한 감독이 강화되는 가운데 예외를 인정해야 할 부문에 대해서는 당국에 강력히 요구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주주지분변동에 대한 규제가 어느정도 필요는 하겠지만 벤처기업들의 인수합병이나 증자활동 대해서는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등록신청 뒤 코스닥에 올라가려면 보통 1년이 걸리기 때문에 지분 변동규제는 벤처기업들이 2년동안 제대로 자본조달을 하기 어렵게한다는 점 때문이다.

 곽 회장은 또 락업(매각제한)제도와 관련해서는 선진국과 같은 자율적인 락업제로 바꾸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관련 기관에 촉구할 방침이다.

 그는 또 “무엇보다 자본조달시장이 확대되야 하는 것이 과제”라며 “지금까지 벤처캐피털의 투자재원의 70%는 자체자금과 주주 자금을 통해서 조달됐지만 산업을 성장시키기 위해 연기금 등의 투자를 확대하는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투자조합에 대한 ‘품질보증제’ 등도 도입할 방침이다. 안정적인 자금의 투자조합 유치를 위해서는 신뢰성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곽 사장은 광주일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하버드 MBA를 거쳐 85년부터 한국개발투자금융(현 TG벤처)에서 벤처캐피털리스트로 활동하다 97년부터 우리기술투자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우리기술투자의 창업과 함께 한 5년여의 시간을 통해 우리기술투자를 국내 굴지의 투자회사로 키워 놓았다.

 한마디로 그는 바닥에서부터 시작, 최고경영자 자리에까지 오른 벤처캐피털업계의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때문에 정통 벤처캐피털리스트 출신의 전문경영인인 곽 회장이 벤처캐피털업계를 대표하는 협회장 자리에 오른것은 여러가지 면에서 상징성이 있다.

 아래로는 전문 벤처캐피털리스트로서의 꿈을 키우는 이들에게는 새로운 희망이 되는 셈이며 기존 오너 중심의 벤처캐피털 변화의 계기도 될 전망이다. 그렇다고 기존 원로 경영인들에 대한 배제를 거론하는 것은 아니다. 곽 회장 스스로가 원로와 신진의 조화·단합을 위해 가장 많은 노력을 경주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는 또 부처간 다양하게 걸쳐 있는 벤처산업에 대한 조율의 역할도 담당할 수 있는 적임자로도 평가되고 있다.

 IT전문투자조합협의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정통부는 물론 산자부, 중기청 등 다양한 부처의 벤처육성산업을 전체적으로 아우를 수 있는 인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곽 회장이 업계에서 최고의 이론가로 통할 만큼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선진 벤처캐피털 시스템 도입도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의 지론 대로 벤처캐피탈시장은 과도기에 서 있다. 따라서 업계에서 기대하는 협회의 역할도 그만큼 클 수 밨에 없다. 곽 회장은 취임과 함께 협회 산하의 위원회 위상을 대폭 강화했다. 보다 능동적인 협회 활동을 끌어내기 위해서다. 기존 발전위원회는 물론 국제위원회, 윤리위원회의 위상을 대폭 강화했으며 자본시장위원회를 신설, 코스닥시장 등 관련 제도의 체계적인 연구와 의견개진에 주력키로 했다.

 정통 벤처캐피털리스트 출신의 신임 곽 회장이 벤처캐피털업계에 몰고올 새로운 바람에 기대를 걸어본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약력>

 △50년 전남 장성 출생 △69년 광주일고 졸업 △73년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76년 서울대 경영학과 석사 △90년 미국 하바드 경영대학원 졸업(MBA) △73년 한국외환은행 근무 △77년 국제상사 근무 △85년 한국개발투자금융 입사, 상무이사 역임 △97년 우리기술투자 대표이사(현재), 한국공인회계사, 기획예산위원회 자문위원 역임, IT전문투자조합협의회 회장 역임 △2002년 벤처캐피털협회장 취임 △취미:골프 △가족:김휘진 여사와 2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