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섭(한국무역협회 무역연구소 연구위원)
지난해 세계적인 IT불황 속에서도 중국의 IT산업은 강한 생명력을 보였다. 중앙 및 각 지방정부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정보화 프로젝트와 IT산업 육성정책에 힘입어 중국의 IT관련 투자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IT시장은 최소한 향후 5년간 높은 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중국 IT산업은 컴퓨터산업에서 서버시장으로, 서버시장의 성장에 따른 스토리지(storage)시장으로 이어지는 하드웨어 시장의 성장이 가속화될 것이다. 이러한 하드웨어 시장의 성장과 더불어 소프트웨어 및 정보화 서비스 업종 등 모든 IT관련 분야에서 빠른 성장이 예상된다. 동시에 모니터, 프린터 등 주변기기 시장과 PDA, 디지털카메라 등 신종 IT 관련제품 시장의 높은 성장이 예상된다.
네트워크 및 통신설비 시장 역시 주목할 만한 성장이 예상된다. 향후 중국의 네트워크장비 시장은 연평균 25%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보통신산업의 분할과 신규 통신사업자의 출현에 따라 중국 통신시장의 설비투자 역시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지난해말 1억4500만명에 달했던 중국의 이동통신가입자가 2006년에는 4억명에 달할 것으로 보이며, 광통신시장도 점차 성장속도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인터넷시장에서는 매년 20%의 성장이 예상된다. 중국의 네티즌수는 지난해말 3370만명에서 향후 5년간 연평균 23.3% 성장, 2006년에는 1억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터넷의 수익모델은 점차 전통산업과 통합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며, 동시에 중국의 닷컴기업이 전통산업 기업들과의 협력이 두드러지면서 차세대 모바일비즈니스 시장도 본격화될 것이다.
이러한 중국 IT산업의 성장성이 우리 기업에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회를 우리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중국 IT시장의 변화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이를 바탕으로 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첫째, WTO 가입이후 중국 IT시장의 변화를 정확히 읽어야 한다. 중국의 WTO 가입으로 IT분야의 개방이 이루어짐으로써 선진 다국적기업의 중국 IT분야 진출이 확대되면서 중국 IT시장의 구조적인 변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이러한 변화가 중국 IT시장의 세분화, IT기업간 구조조정, 제품설계 및 유통채널 등에서 끊임없는 혁신을 가속화시킬 것이다. 동시에 중국 IT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시장으로 재편될 것이다. 즉, 중국 IT시장은 수입제품, 중국내 외자기업 생산품, 경쟁력을 갖추어가는 중국산 제품의 3자가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는 시장으로 재편될 것이다.
둘째, 중국의 시장개방이 다른 국가에도 무차별적으로 적용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중국의 시장개방 효과를 우리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첨단기술로 승부하고, 중국시장에 가장 부합하는 제품과 기술개발에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중국 IT분야 진출에 앞서 중국내 수요기술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분석이 필요하다. IT분야의 중국진출에 있어 성패여부는 우리가 가진 것이 중국시장의 수요에 얼마나 적확하게 부응하느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우리 IT, 특히 인터넷 관련기업들은 국내에서는 아주 높은 기술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으나 그 기술이 중국시장에서 요구되는 기술과 부합한지, 중국내 특수한 환경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판단의 근거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 기업들은 중국에의 기술이전에 대해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중국 IT 수요시장에 대한 분석을 통해 검증된 기술에 대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중국진출을 모색해야 한다. 양국 IT기업간 윈윈하는 공생전략이 필요한 때다.
셋째, 우리 기업간 과당경쟁으로 인한 기술과 자본의 낭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연관성이 있는 기업간 컨소시엄을 형성해 중국에 진출할 필요가 있다. 중국이 개별적인 기술이 아니라 종합적인 기술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케팅력이 취약한 중소 벤처기업의 중국진출을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IT수출 창구로서 IT전문 종합상사를 육성할 필요가 있다.
이와 더불어 중국 IT산업의 성장에 따른 후유증에 대비해야 한다. 중국이 전통산업 분야에서 세계의 공장으로 자리잡아가면서 중국내 공급과잉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과잉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중국기업들이 세계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고, 이로 인해 세계시장에서 공산품 가격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중국이 IT산업에서도 세계의 생산기지로 전환되면서 IT분야에서 중국발(中國發) 세계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현상은 WTO 가입이후 선진 IT기업의 중국진출이 확대되면서 가속화될 것이다. 우리 기업들은 중국진출과 더불어 지속적인 신기술 개발개발을 통해 이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