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 제조물책임(PL)법의 시행을 앞두고 아케이드 게임업체들이 두손을 놓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아케이드 게임업체들은 PL법의 시행으로 그동안 개발사들이 충분한 검증과정을 거치지 않고 관행적으로 제품을 출시하면서 크고 작은 불량을 일으킨 게임기들에 대한 소비자나 유통업체로부터 소송을 당하게 될 것으로 우려하면서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실태=아케이드 게임기업체들은 제품 품질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 한마디로 장사만 잘되는 프로그램만을 만들면 된다는 생각에 제품 자체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여기에다 장기간의 필드테스트를 거칠 경우 유사제품이 등장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서둘러 출시하는 요인으로 들고 있다. 그렇다보니 제품 고장률이 높다.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체계적인 절차에 기반을 둔 장기간의 시험과정을 밟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점은 무엇보다도 상당수의 개발사들이 아직 영세한 상태로 운영되기 때문으로 대부분의 업체들은 출시 후 문제가 발생할 경우 문제점을 수정하는 실정이다.
◇PL법 통과 후 어떻게 변하나=그동안 게임장업주들은 게임기의 고장에 대해서 개발사 또는 유통사에 AS를 요구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게임제작사들은 이들 게임장의 요구에 대해 충분한 AS망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주로 땜질식 처방을 해 왔다. 하지만 오는 7월부터는 게임장 업주의 권위가 크게 향상되면서 개발사의 이러한 과실에 대해 과감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다. 특히 게임기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당초 기대에 미흡할 경우 이런 경향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개발사의 한 관계자는 “게임장에서 매출이 좋을 경우 큰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문제가 발생한 데 대해 강하게 책임을 물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전망=업계는 PL법 통과를 계기로 영세 개발사와 유통사가 영업을 계속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영세 개발사와 유통사들은 현재의 시스템에서 게임장의 소송에 대응하기 힘들 것”이라면서 “대형 업체에 흡수되거나 또는 전업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업체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업체들이 제품의 출시에만 너무 비중을 둔 나머지 품질에 대한 고려가 낮았다”면서 “PL법의 시행으로 소송이 일어날 것으로 우려되지만 현재 어떻게 대처해야 될지 몰라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