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전화 선불카드 시장 `소비자 대책` 급하다

 국제전화 선불카드가 정부의 실질적인 규제나 감시가 없는 가운데 급격히 팽창해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한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4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기간·별정통신사업자는 물론 유통업체까지 무분별하게 선불카드를 발행해 유통시키는 등 시장이 과열되고 있으나 통화요금, 카드발행자 등에 대한 정보가 소비자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않아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이에 따라 발행자격 제한과 명확한 정보제공 규정신설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으나 기존 업체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시행까지는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알 수 없는 요금기준=시중에서 판매되는 선불카드 국제전화 요금은 회사별로 많게는 5, 6배까지 차이가 나지만 실제 통화품질에 큰 차이가 없으며 가격정보도 소비자에 충분히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  

 S사의 중국 통화요금은 분당 550원인 데 비해 I사의 요금은 120원에 그치고 또다른 S사의 미국 통화요금은 분당 350원인 데 비해 O사는 99원에 제공되고 있다. 업체들은 요금차이에 대해 “서로 다른 요금을 제시해 소비자를 끌어 모으는 것은 당연한 경쟁이고 좋은 통화품질을 위해 가격차이가 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통화품질의 비교가 힘들며 가격에 대한 규제가 거의 없어 과금단위를 속이거나 명시한 통화시간과 실제통화 시간이 다른 경우가 많아 소비자의 피해를 유발한다는 지적이다.  

 A사의 경우 ‘요금이 비싸면 서비스의 품질이 좋을 것’이라는 막연한 판단에 의지하는 소비자의 심리를 이용, 같은 회선과 같은 장비로 동일한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카드별로 200원까지 가격을 달리하고 있다.

 소비자보호원 관계자는 “약관과 요금에 대한 정보가 정확히 전달되지 않는다는 소비자의 불만이 접수되고 있다”고 말했다.

 ◇치열한 경쟁과 사업자 난립=업계 관계자들은 카드 발행이 무분별하게 이뤄져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같은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유통사업자들이 별정사업자들에 발행을 의뢰해 원가 이하의 가격으로 판매하면서 현금유동성을 이용한 이자수익을 노리는 등 시장을 과열시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다단계판매와 연계돼 피해사례가 속출, 올 들어서만 36건의 피해사례가 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되기도 했다.  

 별정통신 S사 관계자는 “1만원으로 중국에 120분 통화(분당 83원)를 할 수 있다는 선불카드도 판매대에 등장했는데 원가를 계산해 봤을 때 성립이 불가능한 가격”이라며 “이런 경우 부당요금을 과금하거나 유효기간을 제한하는 사례가 많고 대부분 현금유동성을 이용한 이자수익 등을 노리기 때문에 사고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책마련 시급=별정사업자를 중심으로 △발행자격을 제한해 난립을 막고 △발행주체·이용약관·과금체계·콜센터 전화번호를 명확히 표기하도록 하는 강제규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기존업체들의 반발이 예상되고 별정업체간에도 의견이 엇갈려 대책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최근 별정1호 사업자들의 요청에 따라 조사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담당과의 인원이 4명에 불과하며 초고속통신망·국제전용회선·시외전화 등도 감독해야 해 통신위의 조사여력은 없는 상태다.  

 정통부 관계자는 “현행 별정제도 전반에 대한 검토를 진행중이며 국제전화 선불카드의 발행 등에 대한 제도개선도 고려중”이라고 말했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