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가 지난해 1분기 이후 만 1년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함에 따라 독자생존론이 또 다시 급부상할 전망이다.
하이닉스는 지난 1분기 해외법인 연결기준으로 1450억원의 영업이익과 360억원의 경상이익을 달성했다. 세계 메모리업계 점유율 2위 업체이자 하이닉스 메모리부문 매수대상 업체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적자를 낸 반면 하이닉스가 흑자를 달성했다는 것은 매각을 반대하는 소액주주와 업계 일각에 힘을 실어 줄 공산이 커졌다.
여기에 줄곧 하이닉스 매각을 주장하던 진념 경제부총리가 사임하고 마이크론이 도시바와 추가 일관생산라인(FAB:팹) 인수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은 독자생존 가능성을 한층 높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최근들어 곳곳에서 노출되는 하이닉스 내부의 움직임은 더욱 그렇다.
하이닉스는 지난해 0.15미크론(1㎛은 100만분의 1m)급의 블루칩 기술 적용을 선언한 데 이어 올들어 ‘프라임칩’ ‘골든칩’ 등의 프로젝트를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이들 기술은 추가 투자비용을 최소화하면서도 제조공정을 0.10미크론급까지 미세화해 급변하는 시장에서 살아남겠다는 하이닉스의 의지가 반영된 독자생존용 프로젝트인 셈이다. 지난해 말부터 적용한 0.15미크론급 블루칩 기술은 이미 청주 B1, 청주 팹7, 이천 팹6, 미국 유진 공장 등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더 나아가 하이닉스는 올해 블루칩보다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0.13미크론급의 프라임칩 기술을 개발, 이달 초부터 이천 팹7에 적용중이며 연말에는 이를 모든 팹으로 확대적용할 계획이다. 프라임칩 프로젝트에는 메모리부문 매각이 결렬되더라도 생존에 지장이 없는 안전판을 마련하겠다는 하이닉스의 의도가 깔려 있다.
이 뿐만 아니라 하이닉스는 프라임칩의 다음 단계인 0.10∼0.11미크론급의 골든칩 기술개발에도 이미 착수했으며 기술개발이 막바지 단계에 도달해 있어 내년 1분기에는 양산공정에 적용할 수 있다고 장담하고 있다.
하이닉스의 독자생존 의지는 최근 장비발주 상황에 잘 나타나 있다. 지난달 하이닉스는 대당 1000만달러를 호가하는 노광(리소그래피)장비를 4대 도입했다. 하반기중에는 같은 장비를 최소 5대에서 최대 10대까지 추가로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비용을 지출하려면 채권단측에서 파견한 자금관리단의 동의를 사전에 구해야 하는 상황에서 수백억원의 자금지출이 승인됐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매각대금으로 1억달러를 더 받기 위해 몸이 달아있는 채권단이 곧 매각할 공장에 수백억원을 투자하도록 허락한 것은 상식선에선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이런 이유로 시간이 갈수록 독자생존론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번 1분기 실적은 하이닉스의 주장처럼 이자비용을 모두 해결하고도 1조3000억원의 설비투자자금도 자체 해결할 수 있는 긍정적인 수치라는 데서 하이닉스의 독자생존론은 다시 득세할 것으로 보인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