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전화 유통시장 `공정 경쟁` 가능할까

 불법·편법 보조금 지급수단 구상으로 날새는 줄 모르던 이동전화사업자들이 이번에는 공정경쟁 환경조성을 위해 앞다퉈 자체 단속강화에 나서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사업자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정보통신부 통신위원회의 규제강화 움직임이 있은 후 잇따라 나온 것이어서 탈법천지던 이동전화 유통시장이 이번에는 바로잡힐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그러나 사업자들이 경쟁적으로 공정경쟁을 선언하고 나선 배경과 향후 수행 여부에 의문을 던지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통사, 공정경쟁선포식 잇따라 가져=KTF(대표 이용경)는 15일 오전 서울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공정거래 자율준수 선포식’을 가졌다. 이날 선포식에서 단말기 보조금 등 각종 불공정행위 관행을 지양하고 품질향상, 고객을 앞서 생각하는 서비스 제공에 주력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정경쟁 자율준수 행동강령’을 발표했다.

 KTF는 공정경쟁 준수를 위해 임원급 자율준수 관리자를 임명하고, 전직원에게 자율준수 매뉴얼을 배포하는 동시에 주기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했다. 사내 불공정행위 예방감독시스템을 구축하고 불공정행위에 책임이 있는 임직원에 대한 제재도 강화할 계획이다.

 SK텔레콤(대표 표문수)도 16일 서울 서린동 본사에서 ‘공정경쟁 자율준수 선포식’을 가질 예정이다. 이 회사도 실천강령 제정, 공정경쟁 자율준수 업무편람 작성, 자율준수 관리자 임명 등 각종 제도를 정립하는 한편 전임직원이 자율준수서약을 하기로 했다. LG텔레콤(대표 남용)은 공정경쟁에 대한 교육을 자체적으로 실시하고 있으며 앞으로 타사와 같은 행사도 계획중이라고 밝혔다.

 ◇공정경쟁결의, 지켜질까=사업자들의 공정경쟁선언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탈법·편법이 당장 자취를 감추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사업자들의 공정경쟁선언 뒤에는 추후 공정거래위원회 등으로부터 과징금 등을 경감받으려는 속셈이 담긴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공정위가 권유한 대로 공정경쟁선언을 할 경우 법위반시 가중처벌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과징금이 20∼50%까지 경감되고 검찰 처벌도 면할 수 있게 돼 있다.

 또한 사업자들의 자정 결의에도 불구하고 대형 대리점주들조차 이같은 행사가 진행되는지 그 여부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공정경쟁 선언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는 비난도 일고 있다.

 실제로 규제가 강화된 지난 1일 이후에도 탈법 저가단말기는 그대로 유통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는 인터넷쇼핑몰이나 일부 이동전화 대리점들이 불법 단말기 보조금 지급을 계속하고 있다며 15일 통신위에 조사를 의뢰했다. 참여연대 측은 비용 대납조건으로 각종 부가서비스 및 비싼 요금제 의무사용 등으로 인해 사실상 ‘사기폰’이 될 우려가 있다며 강력한 조사를 촉구했다.

 ◇통신위 입장 및 전망=정보통신부 통신위는 공정경쟁 선언과 관계없이 불법 행위가 발견되면 영업정지 등 처벌수위를 높일 방침이다. 서홍석 통신위 사무국장은 “공정위의 감면 조건은 통신위에는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향후에도 강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인터넷 등에서 성행하는 불법·탈법 유통에 대해서도 엄격히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통신업계 관계자들은 경쟁적인 공정선언 선포도 중요하지만 실제 유통시장에서 안정을 갖추고 사업자별 자체 감사기능 강화와 통신위·공정위 등의 처벌 강화 등이 현실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렇지 않으면 각종 선언은 구세대적 ‘전시행정’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